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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을 시간으로 표현한다면 몇 시 몇 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우리는 그 안에 무언가를 채워가야만 한다

by 이열

내 인생을 시간으로 표현한다면, 10시 45분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조금 늦은 아침, 어떤 이에게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시간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이미 중요한 일들을 마무리한 뒤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


졸린 눈을 비비며 근성 하나로 버텼던 10대의 새벽, 따스한 아침 햇살 아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던 20~30대를 지나, 지금은 다시 바삐 움직이는 시간이다. 오전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어느새 즐거운 점심시간이 찾아오듯, 나 역시 이 시기를 열심히 통과해 나만의 오찬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때로는 꿈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야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한참 달리고 나니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찾아왔다. 따뜻한 햇살, 촉촉한 공기, 그리고 나와 함께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 아침의 끝자락이 주는 여유는 그 자체로 축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바빠졌다. 어쩌면 10시 45분이라는 시간대는 다시 나를 쉼 없이 움직이게 하는,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때인 것이다.


단순히 나를 위한 움직임만은 아니다. 생존을 위해,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꿈을 위해. 내가 하는 일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한다. 그러면 곧 나의 오후가 찾아올 것이다. 내가 꿈꾸는 오후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따뜻한 추억을 더욱 많이 만드는 시간이다. 종종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도 갖고 싶다. 책을 읽고 사색하며, 조금 더 현명하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시간. 그렇게 차분한 오후를 보내다 보면, 자연스레 저녁이 찾아올 것이다.


나의 저녁은 사랑과 평화로 채우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물어가는 하루를 바라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는 것. 삶의 끝자락에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우리가 무엇을 위해 달리고, 무엇을 바라며 시간을 쓰느냐가 하루와 인생을 결정짓는 것이 아닐까.


문득 궁금해진다. 당신의 시계는 지금 몇 시 몇 분을 가리키고 있는가? 누군가는 여전히 이른 새벽을 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늦은 저녁 고요함 속에 평온히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름없는 것은 우리의 시계는 누구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우리는 그 안에 무언가를 채워가야만 한다.


아침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해 보자. 우리가 달려온 시간들이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한 번쯤 그려보길 바란다. 우리 모두의 시계가 정해진 대로 흘러가고 있더라도,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삶의 모양새는 확연히 달라질 테니까.


내 시계는 지금 10시 45분. 부지런히 움직이며, 오후를 준비하고 있다. 나의 노력으로 더 나은 오후와 더 아름다운 저녁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며. 그리고 당신은? 지금 몇 시를 살고 있는가?

모두가 자신만의 시간을 사랑하고, 그 시간을 통해 더욱 멋진 하루를 만들어가길 바라며.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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