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약간의 노력과 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
“어휴”
눈앞에 건조기 먼지통을 비우는 아내의 붉으락푸르락 한 모습이 보였다.
‘이 정도 먼지면 다음 건조 때 비워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패착이었다.
아내는 부러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간헐적으로 혀를 차며 먼지통을 비웠다.
“그거 조금 있다 비우려고 했는데” 반사적으로 변명이 튀어나왔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들,
이를테면 옷들은 고이 접어 옷장 속에 포개 놓고, 그릇은 먹고 나면 바로 설거지해서 말리고, 이런 것들에 민감하다. 내 머릿속 청결이란 바로 이런 광경이다.
하지만 아내는 다르다.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건조기 먼지통 안쪽에 낀 먼지나 가습기 속 물 때 같은 것들을 관리하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런 위생에 무딘 편이다.
“잘 안 보이니까…”라고 말하면 아내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한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몸으로 다 들어온다고. 그러니까 중요하다고.”
결혼 초엔 그녀의 기준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가 주장하는 위생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 ‘어느 정도’가 그녀에게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나만 결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정리정돈에 참 너그럽다. 아무 곳에나 툭 벗어놓는 옷들, 컵을 쓰고 그 자리에 그냥 놓아두는 습관.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뭐, 여전히 우리의 정리 기준은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
“환상의 집안일 콤비 아닌가요?”라고 물으신다면 반쯤은 동의한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진짜 환상의 콤비가 되려면 앞으로도 약간의 ‘노력과 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
상대가 맡은 집안일은 전적으로 신뢰하고, 내가 맡은 일 처리도 상대의 기준에 가능한 맞춰줘야 한다.
혹은, 애쓰는 점을 인정하고 미흡한 부분은 적당히 눈감아주는 관용이 필요하다.
‘왜 이 정도 밖에 못하는 걸까’ 하는 순간 불만이 쌓이다 결국 폭발하게 된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같다. 깨끗하고 쾌적한 집에서 가족 모두가 행복하게 지내는 것.
“이불은 건조기로 털어도 먼지가 계속 나오네. 창문 밖으로 탕탕 털어야겠다.”
아내가 오늘도 한 마디를 던졌다.
스피드가 생명이다. 재빠르게 답했다.
“오케이!”
나중에 건조기로만 털었다가 아내한테 들켜서 혼나는 상상을 하며.
아내님들, 남편님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