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은 우주 안에 내 인생이 한껏 압축된 듯한 느낌이었다
만약 단 하나의 장면만을 평생 기억할 수 있다면, 나의 행복이 아닌 가족의 행복을 담은 순간이기를 바란다.
스스로 즐거웠던 때도 좋겠지만, 돌아보면 진정한 기쁨은 아내와 딸이 환히 웃는 순간에 찾아왔던 것 같다.
무언가를 이뤄 기뻐했던 때도, 친구들과 함께 배를 잡고 웃었던 순간도 아름답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빛나던 그 순간들을 떠올릴 때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온기까지 퍼져 나온다.
기억 중에서 지금 가장 선명한 하나는, 아내와 함께 여행했던 프라하에서 열렸다.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와인 잔을 부딪치던 그때, 아내의 함박웃음이 어찌나 티 없이 밝고 순수했던지. 그 웃음소리가 한낮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유럽의 봄 햇살이 몽글몽글 만들어낸 포근한 빛 속에서, 아내가 웃고 있던 그 모습은 참 오래도록 빛나고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면 딸아이와의 추억이다.
아직 어리지만 씩씩한 딸이, 작년 학부모 참관 수업 때 보여준 미소가 떠오른다.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선생님 말씀을 듣다가, 잠시 돌아보며 나를 향해 미소 짓던 모습.
아이의 표정에서 안도감과 함께 충만한 기쁨이 전해져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그 작은 우주 안에 내 인생이 한껏 압축된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 나에게 한 가지 기억만 고르라면, 못하겠다. 두 가지로 하자.
나이가 들면서 '기쁨의 원천'이 달라지는 걸 실감하게 된다.
나의 성취, 나의 만족이 중요했던 때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둘러싼 이들이 행복한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족이야말로 가장 진정한 기쁨이자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아빠'라는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 점점 커지는 듯하다.
물론, 우리가 늘 화기애애한 것만은 아니다.
아내와 티격태격할 때도, 딸아이가 말썽을 피워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굳건하게 서로를 지키는 관계가 가족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들이 결국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힘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 수 있다면, 한없이 행복할 것 같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