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의 웃음소리를 듣고 아내의 미소를 보러 가야지
The Office라는 미국 시트콤을 사랑한다.
주인공은 제지회사 지점장 마이클. 작 중 그는 ‘World's Best Boss’라고 쓰여있는 머그컵을 자랑스레 들고 다닌다. 컵은 사실 직원들이 준 선물이 아니라, 마이클 본인이 직접 사서 책상에 놓은 것. 그의 진지한 자부심과 직원들의 냉랭한 시선이 충돌하며 묘한 웃음을 자아냈다. 우습기도 하지만, 좀 짠했다.
누구나 사회적 타이틀을 원하지 않을까. ‘World’s Best Boss’, ‘CEO’, ‘베스트셀러 작가’, 아니면 ‘100만 팔로워 유튜버’ 같은 것들. 하지만 이런 타이틀이 과연 나를 진짜 행복하게 만들지는… 글쎄?
내가 원하는 타이틀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World's Best Father’
조건은 단순하다. 딱 두 사람만 동의해 주면 된다. 아내와 아이. 다른 상은 필요 없다. 노벨상도, 퓰리처도, 심지어 로또 1등도. 내가 사랑하는 이 두 사람에게 진심으로 인정받는다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아닐까.
(물론 다른 상과 로또 1등도, 주신다면 감사히 받을 예정)
그리고 ‘World's Best Father’라고 적힌 머그컵 하나, 나도 갖고 싶다. 사무실 책상 오른편에 컵을 놓아두고, 힘들 때마다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 누가 뭐래도 나는 최고의 아빠다!’라는 생각에 기운이 다시 펄펄 나겠지.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이 글을 읽고 있을 아내 님, 괜히 부담 느껴서 다음 생일에 머그컵을 주문하거나, 몰래 서프라이즈로 챙겨줄 필요는 없사옵니다. 이 선물은 진정성에서 우러나와야 하니까요.
어쩌면 환갑쯤에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을 들인 만큼 더 값지고, 묵직하게 느껴지겠지.
‘World's Best Father’라는 타이틀을 따내려면 하루하루 잘 살아내야 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아내에게 “오늘 하루 아이랑 밖에서 놀다 올게”라고 외쳐주고, 잠들기 전에는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웃음을 나눠야 한다. 그렇게 쌓인 하루하루가 힙한 머그컵을 만들어 줄 것이다.
삶에서 최고의 타이틀을 얻는 일은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매일의 작은 실천과 보답. 오늘도 아이의 웃음소리를 듣고, 아내의 미소를 보러 가야지.
from 예비 World’s Best Father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