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출근하면 메일함에 쌓여 있는 업무 연락, 연이어 울리는 메신저 알람, 그리고 회의실에서 자주 듣는 빠듯한 일정 조정 이야기. 직장 생활은 언제나 숨 가쁘게 돌아갑니다. 아침부터 상사의 지시가 빗발치죠. “이거 급하게 처리해 주세요.”, “회의 전에 보고서 정리해서 올려주세요.” 마치 소방관처럼 이곳저곳 불을 끄러 정신없이 출동합니다.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우리는 점점 조급해집니다. 누가 먼저 답을 내놓느냐, 누가 더 빨리 실행에 옮기느냐가 능력의 척도가 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빠른 대응에 대한 강박이 생겨요. ‘이건 더 고민할 시간이 없어. 상사한테 빨리 보고해야 해.’ 이런 생각이 쉽게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매번 그럴까요?
바쁘게 굴러가는 생활 속에서도 가끔은 멈춰서 숨을 골라야 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상사에게 충분히 고민한 결과를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단 반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참을 고민해 도출한 나름의 최적안을 제시했지만, 그가 잠깐 고민하더니 “이 방향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해버리는 거죠. 처음엔 답답하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 우리가 할 일은 그 자리에서 즉각 설득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도 시간을 주는 거예요. 상사가 처음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합시다. 시간을 들여 그가 결론을 곱씹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자고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생각이 우리의 방향으로 기울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상황, 난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한 적이 있습니다. 크고 급한 문제일수록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요. 고객사의 의견이 갈팡질팡할 때, 프로젝트 방향조차 정해지지 않아 우왕좌왕할 때, 우리는 무언가라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휩싸입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은 어쩌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조급하게 방향을 정하려다 오히려 일이 꼬일 수도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단기적인 움직임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며 일단 판세를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단거리를 뛰는 스프린터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장거리 주자인 마라토너는 코스를 이해하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완주를 목표로 합니다. 오르막길에서는 힘을 아껴야 하고, 내리막길에서는 무작정 속도를 올리는 게 아니라 중심을 잡으며 내려가야 합니다. 모든 순간에 전력 질주할 필요는 없어요.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거리 경주에서 전략적으로 힘을 분배해야 하듯, 직장 생활에서도 힘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록만 좇으며 급하게 달리기보다는 주변을 살피고 호흡을 조절합시다. 모든 문제를 즉각 해결하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고요.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적인 판단. 단순히 빠르게 결승선에 가닿는 단거리 주자가 아니라, 상황을 제대로 읽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마라토너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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