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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어요

by 힐링작가 김영희

해마다 현충일 무렵이면 집에 무궁화 꽃이 피는 걸 보았다. 뒤뜰에 있는 크고 탐스런 무궁화 꽃도 피고 화분에 심은 연보라 무궁화도 피었다. 올핸 다른 종류의 무궁화나무에서 일찍 꽃이 피었다. 몇 주 전에 집 앞 쪽 화분에 있는 무궁화가 꽃을 피웠었다. 화분에 키룬 무궁화라 그런지 피었다가 너무 일찍 지는 바람에 제대로 즐기지도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었다.


6월로 접어들자 집 앞 화단 한구석에 심어 놓았던 무궁화 나무에 꽃이 참 곱게 피었다. 옆집에서도 꽃이 곱다며 분양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이건 테네시 사는 동생이 보내준 건데 한 나무로써만 자라고 뿌리로 번식하는 것도 아니라 줄 수가 없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씨를 심어 보았는데도 잘 나지 않았다.


이번에 핀 무궁화 꽃은 색도 곱고 꽃도 화사하다. 요 며칠 아침에 일찍 나가서 꽃이 핀 걸 보면서 기분이 좋다. 바닥엔 꽃잎이 여러 개 떨어져 있다.


무궁화 꽃은 매일 아침이면 피어났다가 저녁때쯤엔 다소곳하게 꽃잎을 안으로 감싼다. 그러다가 아무도 몰래 바닥에 살포시 몸을 누인다. 꽃송이 하나하나는 하루밖에 안 간다 한 나무에 여러 송이가 차례차례 피었다가 지기 때문에 전체 나무로 보아서는 오래 동안 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지난주엔 교회에서 하얀 무궁화 꽃이 핀 걸 보았다. 흰색이라서 느껴지는 고겷함과 순수함이 묻어났다.


하루를 피었다가 지는 데도 그토록 정갈한 모습으로 제 몸을 감싸 안고 지는 무궁화 꽃이 좋다. 목련은 피었을 땐 화려하고 예뻐도 땅에 떨어진 모습을 보면 참 헤픈 몸짓으로 나뒹굴어 버리니까 안쓰럽기까지 하다. 무궁화 꽃은 다르다. 그 다소곳하게 지는 모습이 너무 애틋하게 느껴진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고운 무궁화 꽃처럼 자신을 감싸 안는 그런 자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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