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과 합의의 강을 건너
흔히 질병 진단을 받으면 부정부터 인정까지 다양한 감정의 단계를 지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게 본인이 아닌 자식의 문제라면 더 어려운 문제가 되지요.
대부분의 부모님은 내 자식이 자폐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시간과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설령 내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배우자는 다른 관점을 가진 경우도 많이 봅니다.
더 나아가서 조부모님의 의견 역시 다를 확률도 높습니다.
많은 경우, 부모는 인정하는데 조부모님께서 완강히 거부하지만 역으로 저에게 상담 요청해 주신 한 가정은 친정어머님은 인정하지만 아이의 엄마가 부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타고난 성질이 단순해서 주어진 환경 및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순응을 빨리 하는 편입니다.
감사하게도 이것이 제가 빨리 조기 개입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께서는 저와는 의견이 달랐습니다.
특히 시아버님께서 오랜 소아과 의사로서의 경험으로 관찰하셨을 때 큰 문제가 아니라고 믿으셨습니다. 저희 남편은 불안한 저와 확고하신 아버님 사이에서 고뇌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불안해하던 와중에 제가 먼저 동네 센터로 가서 검사를 1차로 해서 자폐가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도저히 수긍할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좀더 신뢰할 수 있는 대형병원을 부랴부랴 찾아갔던 겁니다. 검사 결과를 말씀드리자 아버님께서도 그제서야 조금은 물러서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당신께서도 자폐 관련된 논문 등을 열심히 찾아 공부하시기 시작하셨죠.
근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폐냐 아니냐를 합의하는 것이 1차 고비였다면 그 이후 치료법에 대한 논쟁이 남아 있었습니다. 워낙 자폐 치료에 대한 다양한 자료 및 카더라통신이 많다보니 맞는 치료법을 정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가장 큰 충돌은 ‘한방 치료’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장애인복지관 상담사의 소개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한약 치료하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나름 그럴 듯 하게 들려서 직접 한의원으로 가서 상담도 받고 여러 가지 치료 프로그램 중 어떤 것을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부모님께서는 바로 저희 집으로 달려오셔서 극구 만류하셨습니다. 하지만 절박했던 저는 수긍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두 상반된 절박함이 부딪혀서 극한 상황까지 갈 뻔했습니다.
그동안 화목했던 저희 가정에서 처음으로 있는 일이라 모두에게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 분노와 원망에 사로잡혀서 괜히 남편에게 더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생각해보니 아이도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부모님께 불순종하는 것도 싫어서 결국 다른 대안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결론으로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