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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자폐 조기 개입

by 잰걸음 Jan 21. 2025

자폐 진단, 퇴사, 가족간의 합의… 

불과 1-2달이란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 일들입니다. 

가장 핵심은 아이의 치료를 위해서 저를 비롯한 온 가족이 전념을 했다라는 점입니다. 


오랜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 생애에 제일 잘 한 선택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치료도 치료지만 제가 느낀 것 중에 하나가 일단 주양육자, 제 경우는 엄마가 아이 옆에 계속 있어준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안정감을 주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덕분에 저는 아이가 가장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줄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아이는 서서히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이의 발달은 콘크리트 모르타르와 같다.

시간이 갈수록 굳는다. 


자폐 자녀를 키우신 한의사분께서 쓰신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무섭지만 사실입니다. 


퇴사 같은 큰 결정이 결코 쉽지는 않죠. 

가장 큰 문제는 이게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몇 개월 정도 걸릴까 싶다가 수년 혹은 몇 십년을 헌신해야할 수도 있죠. 너무 오래 시간이 걸리면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은 당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중차대한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기에 일단 하나씩 부딪혀 보는 것을 권면드립니다. 


단축 근무든, 휴직이든 가능한 옵션을 총동원해서 우선 아이와의 시간을 절대적으로 늘려보세요. 그래야 아이를 제대로 관찰하고 알아갈 수 있습니다. 저도 그동안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에 대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사실 이 시간은 아이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부모인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시간입니다. 만약 자폐가 맞다면 자폐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도 진단 받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고 결심하기 전에 두려웠지만 막상 빨리 인정하니 이 안에서도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는걸 알게 됩니다. 의외로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부모님의 생각 뿐만 아니라 아예 커리어가 바뀌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본업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많지만 본인 자녀의 경험으로 언어치료사, BCBA 등의 발달 치료 전문가로 거듭나는 부모님들도 많으시죠. 저 같은 경우는 어쨌든 아이가 우선 순위이기에 회사 조직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비교적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인생의 경로를 바꿨고 그게 궁극적으로는 저에게 더 좋은 변화가 되었습니다. 


힘든 결단이지만

아이에게 지금 이 시간은 평생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직 조금이라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 때 다른 고민들은 잠시 접어두고 조기 개입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라는 명언이 지금 당장 어두운 터널을 뚫고 지나갈 희망의 등불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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