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느끼는 현타
자폐 진단을 받으면
부모로서 다양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도 일상은 지내야 하고
늘 만나던 사람들과 만나면서
현 상황을 어느 정도 오픈할지에 대해서 고민이 됩니다.
그리고 사실 별거 아닌데,
늘상 하는 행동들인데
괜히 당사자인 제가 주눅이 들거나 혹은 상대방에 대해 과민 반응을 할 때가 많습니다.
자폐 진단을 받았을 때는 우리 하선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라 규모가 크지 않았습니다.
저희에게 처음으로 한번 진단을 받아봐라라고 권유했던 분이 어린이집 선생님이었죠.
결과가 나왔을 때 자폐 중증이라는 결과를 오픈하지는 않았고 발달이 느리다고 말을 얼버무렸습니다. 하선이에 대한 애정이 많은 선생님께서는 더 자세히 묻지 않고 위로와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개월 수가 지나면서 같은 어린이집 아이들과 우리 아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더 눈에 띄기 시작했죠. 다른 아이들은 말을 곧잘 하는데 하선이는 아직 단 한마디도 못하고 행동도 미숙하니 한 살 아랫반 동생들도 ‘형’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하필 제가 아이를 하원하러 왔을 때 그 광경을 목격하여 선생님들이 더 당황하셔서 동생들에게 ‘아니, 형이야~’라고 다급히 정정하시기도 하셨죠.
더 문제는 같은 반 친구들과의 격차였죠.
어린이집 처음 갔을 때는 다들 말들을 못하다가 하나둘씩 말 한두 마디에서 제법 본인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할 때까지 저희 하선이는 ‘음~’이란 소리만 내고 있었죠. 그래서 아이 생일 파티를 해주는 동영상을 보내주셨는데 말 못 하는 우리 아이를 중앙에 두고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아이들이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을 보면서 결코 즐겁지만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진단이 나온 이후에 어린이집 생활이 예전 같지는 않았습니다. 선생님이나 원장님이랑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괜히 긴장이 되기도 했죠. 그럴 필요는 없지만 무슨 죄지은 사람처럼. 한번은 어린이집 현장 시찰을 위해서 관계자들이 방문하는데 하선이가 돌발 행동을 보일까봐 하루만 가정 보육해줄 수 있냐고 어렵사리 부탁하실 때 속 안에서 울컥 치밀어 올랐지만 울분을 꾹꾹 쑤셔넣었습니다. 지속되는 긴장감과 가끔 몰아치는 분노 속에서 아무런 이슈 없이 지나가는 하루 하루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졸업식이 다가왔습니다.
가정어린이집이라 6세 이후로는 무조건 졸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졸업식에 갔는데 같은 반 엄마 한 분이 어린이집에 안 들어오고 문 밖에서 서성이고 계셨어요. ‘왜 안 들어가세요?’라고 묻는 제 질문에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리시길래 그냥 갸우뚱하고 먼저 들어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들끼리 아이들, 선생님과 함께 사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던 거였더라구요. 저만 아이를 데리고 먼저 나오는 길에 무리 지어 들어가는 엄마들을 보면서 ‘아, 오래전부터 우리 빼고 친하게 지냈구나…’라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이걸 졸업하는 날에 발견한 저 자신도 어찌나 한심하던지...
사실 그들 입장에서는 의도적으로 우리를 배재했다기보다는 하선이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아이들도 다가가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겠죠. 아니면 아이의 문제가 아닌 전혀 다른 문제였을수도.
실체가 어떻든 일단 우리 아이가 그동안 소외되었다는 현상에 강타당하여 정말 그날만큼은 극도로 힘든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내 새끼가 친구 한 명도 못 사귀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