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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치료 표류기③ - 식이요법

by 잰걸음 Jan 28. 2025

자폐 치료를 시작한지 몇 달 지나고도

별 차도가 없어 보이자 조금씩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맞나?’


그래서 다른 대안들도 찾아보면서 집 근처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에도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등록 과정 중 전문의와의 상담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식이요법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식이요법에 대한 강렬한 신념이 있으신 분으로 관련 카페와 책을 추천해주었습니다. 


‘역시 내가 빠뜨린 것이 있구나…’라는 자책감과 함께 열심히 관련 정보들을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요는 음식으로 인한 장트러블이 뇌와 연관되어서 자폐와의 상관 관계가 있다는 내용인데 과연, 내가 전혀 몰랐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면서 음식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습니다.


우선 먼저 음식은 제가 자체적으로 시도를 해볼 수 있으니 바로 도전해봤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글루텐프리 카제인프리 (GFCF) 식단으로 바꿔서 탄수화물, 당, 유제품을 다 끊어내고 좋은 지방, 고기, 잎 채소류 등 위주를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일반 우유보다 낙타유가 자폐 치료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주문해서 먹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오래 하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이 식이요법이 저희 아이에게는 맞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변이 더 안 좋아졌습니다. 초반이라 적응 시기가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강행했는데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쌀밥을 먹이기 시작하더니 문제가 없어졌다는. 


두번째는 지속 가능성 및 사회성 문제였습니다. 

일단 아이의 식단에 우리가 맞출 수 밖에 없는데 장 보러 가면 정말 살 것이 없습니다. 사실 GFCF에 철저하게 맞추려면 밀가루도 일절 못 먹는데 그럼 하다 못해 소스류도 전부 불가능합니다. 대부분 유기농 마트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어서 비용적으로나 요리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더 문제는 밖에서의 상황이었습니다. 

외식은 거의 어렵다고 봐야하고 특히 유치원이나 친구들과의 모임 등에서 불편한 상황들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결연한 의지가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음식 챙기다가 사회성은 놓치겠다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하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대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치료보다는 ‘건강’을 목적으로 좋은 식습관을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별로 워낙 체질과 증상이 달라 

식이요법이 맞느냐 아니냐에 대한 결론은 쉽게 낼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된 입장에서는 어떤 치료법이든 조금이라도 효과를 봤다는 증언이 보이면 흔들리기 마련이죠. 정말 지푸라기 하나라도 움켜쥐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식이요법 관련해서 문의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저는 개인적으로 꼭 추천을 하지는 않지만 시도하겠다는 부모님들을 말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혹시나 나올 수 있는 실수나 아쉬운 결과에 대해서는 너무 자책할 필요 없이 빨리 넘어가라고 조언 드립니다. 결국 내 아이를 가장 사랑해줄 수 있는 건 ‘나’이고 자책하기에는 우리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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