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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등록, 그 고민에 답하다

by 잰걸음 Jan 30. 2025

자폐 중증 진단이 처음 나오고 퇴사한 후 덩그러니 아이와 저희 부부만 남겨져 있을 때, 사실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죠. 남의 눈치이고 뭐고 일단 필요한 모든 도움은 다 받아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동사무소에 찾아가서 장애인 등록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발급받았던 검사 자료들을 다 챙겨서 가지고 갔습니다. 몇 주 지나고 나서 장애인 등록이 완료되었으니 복지카드를 받으러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막상 복지카드를 받고 카드 위에 인쇄된 아이의 이름과 사진을 보니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그제야 사실 장애인 등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다른 부모님들은 ‘굳이 벌써부터…’ 라며 보류하신 분들이 더 많으셨습니다. '장애인'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라기 보다는 아직은 편협한 사회의 시선에 혹여나 상처를 받을까 걱정되는거죠.


‘내가 너무 경솔했나?’


잠시 저의 선택에 의문을 가졌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인 등록 시 제공되는 여러 가지 혜택 때문입니다. 무려 90가지의 혜택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저희가 정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장애인 주차 공간 이용 및 주차비 할인,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그리고 발달재활서비스 지원이었습니다. 아이 치료 때문에 20년 가까운 장롱 면허를 꺼내 들고 여기저기 치료센터 라이딩을 해야 했던 저로서는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장애인 등록의 규정도 바뀌어서 저희와 비슷하게 자폐 중증 판정이 난 친구는 조금 더 늦게 신청했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부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에게 너무 일찍 장애인 등록한 거 아니냐고 하시던 분들이 오히려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장애인 등록은 영구적인 것은 아니고 6년에 한 번씩 갱신을 해야 합니다. 만약 첫 등록 때와 조건값이 변동이 되었다면 갱신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장애인 등록을 하는 것이 맞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오롯이 부모의 선택입니다. 어떤 부모들은 장애인이라는 낙인이 걱정되시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폐 스펙트럼은 질병이나 장애가 아닌, 신경다양성의 일부라고 분류해서 아예 장애인 등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죠. 반면 어떤 부모님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무조건 등록을 시키려 합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군대와도 연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받고자 하는 마음도 너무 공감이 됩니다. 


저는 실리를 생각하는 편이라 장애인 등록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진단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함으로써 시간과 비용도 절약하고 그래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는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제가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언젠가는 저희 아이에게도 설명을 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장애인이 무슨 의미인지, 왜 본인이 장애인 등록이 되었는지.

역으로, 다음번엔 갱신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마음가짐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라는 것.

오늘을 살아가는데 가장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선택이라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래서 만약 고민하고 계신 부모님들이 계신다면 우선을 조건과 혜택을 알아보라고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어차피 등록된 후에 공개 및 혜택 수혜 여부는 선택의 문제이고 이 기록이 무슨 빨간 줄처럼 따라다니는건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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