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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치료 정착① - 서울대병원 주간치료실 소개

by 잰걸음 Feb 03. 2025

본격적으로 자폐 치료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서울대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폐 중증 진단받으면서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대기를 걸어주신 주간치료실 프로그램인데 그때는 진단 자체에 쇼크 받아서 다 흘려들었는데 그게 순번이 돌아온 거죠. 


내용인즉, 곧 ‘모아애착반’이라는 6개월간의 프로그램이 시작하니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집이 경기도 남부 쪽이라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까지는 좀 거리감이 있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기에 일단 무조건 하겠다고 응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조금 특이한 것이 있는데 반드시 엄마가 같이 참여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참관이 아니라 직접 참여. 혹시나 다른 보호자가 대신 참석해도 되는지 물어보니 무조건 엄마가 매번 함께 참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일단 등록은 했습니다.


치료 첫날, 까막눈으로 내비게이션을 따라 더듬더듬 운전해서 당도한 서울대학교 주간치료실.  일반 어린이집과 같은 공간에 두 분의 전문 간호사분들이 맞이해 주셨고 엄마와 아이 8쌍이 함께 있었습니다.  


드디어 첫 수업 시작. 


약간의 어색함이 감도는 가운데, 모아애착반의 가장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율동인데 아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아이를 ‘업은 채’하는 율동이었습니다. 동요에 맞춰서 아이를 업은 채 뛰기도 하고, 위로 아래로 무릎을 굽히기도 하고 심지어 점프하기도 하고 완전 극기 훈련이 따로 없었습니다. 


젊은 분들도 힘들어했지만 저 같은 노산맘들에게는 고역이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1-2살 많은 엄마들의 이야기를 나중에 들어보니 이 율동을 할 때마다 힘들어서 이걸 왜 해야 하나 싶었다고 하네요. 엄마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처음 당해보는 일이라 반응이 얼떨떨하거나, 울거나, 좋아하거나 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업히는 것 자체가 너무 싫어서 발버둥 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땐 간호사 선생님들 붙어서 도와주셨습니다.


초반의 의구심을 벗어나 점차 적응이 되면 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즉,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회성은 주양육자인 부모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부모와의 애착 관계 향상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스킨십과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서 착안을 한 것 같습니다. 힘든 시간이지만 엄마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덕분에 아이와 정말 더 가까워졌다는 점입니다. 


저도 생각해 보면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아이와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그만큼 스킨십도 부족했습니다. 우리 아들도 처음에는 낯설어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평소에 제가 등을 보이고 앉아 있으면 와락 달려와서 업어달라고 할 만큼 친밀도가 확실히 늘어났습니다. 아울러 촉감 등에 민감한 친구들은 어느 정도 둔감화 효과도 보였습니다.


율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되 엄마와 계속 함께 한다는 원칙은 같았습니다. 놀이치료, 미술, 감각통합 등을 짬뽕시켜서 약 2시간 정도 진행되는 종합 치료 패키지의 구성이었습니다. 진도도 아주 디테일하게 아이들이 순차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안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진하던 스킨십의 강도는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줄여갑니다. 즉, 업어서 하던 율동도 손을 잡고 하는 것으로  바뀌고 그다음에는 엄마들이 아예 뒤로 빠져서 애들이 서로 손잡고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6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그다음 2단계로 넘어가면 3개월만 엄마들이 함께 하고 나머지 기간은 엄마가 아예 빠집니다. 대신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1:1로 붙어서 함께 하고 그 이후에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제외한 모든 어른들이 빠지는 구조입니다. 엄마, 다른 어른 그리고 또래끼리의 순차적인 사회성 훈련이 체계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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