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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치료 정착② - 서울대병원 주간치료실 후기

by 잰걸음

이렇게 아이와 함께 시작한 주간치료실을 다니면서 처음에는 고단했습니다. 일단 먼 길 차로 갔다 오는 것도 지친데 어부바를 한 상태로 극기 훈련을 하니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에 졸릴까봐 계속 커피와 당 충전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쓰러졌죠.


아이도 처음에는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방 안을 돌아다닌다거나, 마음에 안 들면 바닥을 뒹군다거나, 어린이 책상 밑에서 안 나오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가서 제가 민망하게도 수업 중에 너무 지쳐서 울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단체 활동보다는 본인이 꽂힌 장난감으로 돌진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러다가 학교 생활은 도대체 어떻게 할까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문제 행동에도 침착하게 대처하시는 간호사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도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와의 스킨십,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주간치료실 오는 것을 좋아했고 실제로 아이도 점점 선생님의 지시에 순응하게 되었습니다. 차 안에서도 주간치료실 동요를 계속 틀고 집에서도 촬영 영상을 보면서 계속 엄마 등에 업혀서 하던 율동을 자기 혼자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치료는 아이와 선생님이 1:1로 하는 구조인데 여기는 엄마와 아이가 한 팀이 되어 함께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갈수록 그 장점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그 와중에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우리 아이가 집 밖에서는 어떻게 행동하고 타인과 교류하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점점 엄마로부터 분리를 해서 다른 성인이 투입이 될 때는 엄마들끼리 밖에 나가서 기다리는 동안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센터에서는 엄마들이 다들 외딴섬처럼 거의 교류가 없이 자기 스케쥴 끝나면 또 다른 센터로 가기 바쁘니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서는 거의 9개월 동안 함께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니 끈끈한 연대 의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따로 만나서 아이들과 함께 놀러 가기도 하면서 인연을 이어나갔습니다.


아이와 함께 한 서울대병원 주간치료실은 총 4단계로 과정으로 한 단계별로 6개월씩 하는 장기 프로그램입니다. 저희는 3단계까지 수료하고 아쉽게도 4단계는 학교 스케쥴과 맞지 않아서 참석을 못했지만 저희에게는 정말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꼭 서울대병원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치료 프로그램이 있다면 꼭 진행해 보라고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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