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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치료 표류기② -
두 번째 언어치료 후 깨달음

by 잰걸음 Jan 27. 2025

첫 번째 언어치료는 그렇게 실망 속에 9개월 만에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무턱대로 그냥 그만두지는 않았어요.

일단 바로 가족들로부터도 ‘그럼 어쩔건데?’에 대한 우려스러운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죠. 

 

사실 저 역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9개월 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은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어쨌든 언어가 가장 문제였기에

그렇다면 만족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덜 억울하게’ 다닐 수 있는 조건값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첫 번째는 비용이었습니다.

1회당 9만 원대 (40분 수업, 10분 학부모 상담)의 수업료에 분기별 전문의 상담비까지. 한 주에 3회 수업을 하는데 만약 최악의 경우 대학생 때까지 부담한다면? 그 돈이면 차라리 아이의 미래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재테크를 하는 게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번째는 접근성.

왕복 1시간 거리의 센터를 주 3회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합리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대학생 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제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저나 아이에게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 되는 옵션이 필요했습니다.

 

이 조건들을 생각해서 집 근처에 있는, 좀 더 저렴하고 이왕이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센터가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고 그 결과 두 조건 만족하는 곳을 발견해서 바로 등록했습니다. 집에서 차 타고 5분 이내의 거리이고 회당 수업료도 6만원이라 훨씬 더 저렴한데다 자폐 진단 직후에 부랴부랴 발급받은 복지카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바꾼 두 번째 언어치료 센터는 아주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아이 담당 선생님과 아이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아이도 센터 가는 것을 너무 즐거워합니다. 





결과적으로 두 번의 언어치료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치료 자체에 대한 저의 기대치를 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자폐 진단 후 첫 치료였다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래도 가면 좀 낫겠지’라는 생각에 그냥 무작정 센터에 의지만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주 2-3 시간 이내의 훈련만으로 갑자기 아이가 좋아질 거라는 기대는 접고,  저를 대신하여 조금 더 집중적으로 아이에게 언어 자극을 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11세 때 첫 발화를 한 옥스퍼드 교수인 제이슨 아데이 (Jason Arday)도 언어치료를 꾸준히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아보임에도 반복의 힘을 믿은 아데이의 엄마는 언어치료뿐만 아니라 음악과 가사를 통해 언어의 흐름을 알려주고자 했다고 합니다. 


결국 꾸준한 노출과 반복 그리고 남에게만 의지하지 않는 양육자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간에 대한 조급함을 이기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기에 그나마 통제 가능한 비용과 접근성 등 다른 이슈들을 완화시키는 것이 이 장기전을 오래 치룰 수 있는 방도이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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