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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하는 최고의 자폐 치료

by 잰걸음

자폐치료를 하면서 부모로서 가지는 마인드셋이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면 실제 치료 자체는 매일매일 내딛는 걸음에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여러 치료를 표류하다가 저희가 정착한 것 중에 하나가 ABA (응용행동분석)입니다.


다양한 치료 방법론들이 아찔할 정도로 많지만 그중에서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ABA라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미국이나 이스라엘 같은 선진국에서는 ABA를 가장 인정하고 사보험도 커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희도 ABA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저를 너무 힘들게 했던 아이의 문제행동들이 ABA로 인해서 3개월 후부터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저희는 특정 기관에 치료를 맡기지 않고 엄마가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직접 아이를 훈련시키는 ABA캥거루와 함께 했습니다.


제가 ABA캥거루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특이점은 3가지가 있습니다.


센터의존증 버리기

자폐 아이의 부모라면 당연히 '센터'가 익숙할 것입니다. 자폐라는 영역이 미지의 세계이므로 전문가가 있는 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흔히 치료실 투어를 다니게 됩니다. 보통 이런 경우 다소 좁은 공간에서 아이와 치료사만 함께 40분가량 훈련을 하는 구조로 주양육자와는 분리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센터에서는 잘한다는데 밖에서는 안된다" 라는 부모들의 푸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훈련이라도 주양육자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평소에 실행할 수 없으면 '센터 내 훈련'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국 아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집에서 아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양육자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입니다.


매일매일 꾸준한 훈련

매일매일의 의미는 '꾸준함' 그리고 그로 인해 축적되는 '습관의 무서움'에 있습니다.


ABA의 원칙은 '주 40시간 치료'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대략 매일 6시간 정도의 치료를 한다는 의미죠.

사실 어떤 훈련이든 매일 6시간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일반 성인에게도 버거운 일입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6시간이라는 것은 정말 숨도 안 쉬고 6시간 내내 치료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하는 눈 떠있는 시간에는 화장실 가거나, 밥 먹는 등의 사소한 일상 습관에서도 치료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아이의 행동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

ABA는 칭찬과 보상으로 올바른 행동을 강화하고, 문제 행동은 제어하면서 적절한 행동을 학습하도록 만들어 나가는 방식입니다. 착석, 기다리기 등 기본적인 배움의 자세뿐만 아니라 언어, 대근육/소근육 모방 등의 훈련을 우리 아이들이 잘 이행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쉽게 가르치는 것이 원칙이죠.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기다려'라는 ABA의 기초 프로그램이 있는데 본인의 욕구를 제어하며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서 좋아하는 음식물을 앞에 두고 기다리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처음에는 1초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시간을 늘려 나중에는 몇 십 분씩 기다리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프로그램들을 할 때 아이의 행동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을 주기 칭찬과 필요에 따른 벌이 동반된다는 것입니다.


충분히 집에서도 엄마 아빠가 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결코 아이가 수행하기에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 단순한 프로그램만 꾸준히 해도 초등학교 때부터 바로 직면하게 될 긴 착석 시간에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치료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전문가로부터의 교육 및 컨설팅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가능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조금씩 적응이 되고 아이가 변하는 것이 보이니까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을 했는지,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를 앞으로 공유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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