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가 왕이 되는 자폐 치료

by 잰걸음

ABA캥거루를 통해서 ABA(응용행동분석) 치료를 하면서 크게 깨진 편견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우선 ABA 하면 '벌'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이 있죠. 사실 요즘처럼 '아이 존중', '아이 눈높이에 맞춰라' 등의 교육 풍조가 강한 때에 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부모님들이 많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벌을 안 주고 끝까지 이야기로 풀려고 하시는 정말 인내심이 높으신 분들도 계시고.


저도 처음에 시작할 때는 벌에 대해서 좀 머뭇거려졌습니다. 사실 ABA에서 주는 벌은 절대 '체벌'이 아닙니다. 아이의 특정 행동이 나오지 않도록 유도하는 목적이지 폭력으로 다스리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분리를 시킨다던지, 둔감화시키고 싶은 음식을 조금씩 먹인다던지, 대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시킨다든지 등이 예시입니다.


저도 이걸 실제로 적용을 해보니 아이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벌을 주면 그 행동이 줄어드는 것이 눈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 아이도 말이 느리니까 몸으로 표현을 했습니다. 특히 본인이 마음이 안 들었을 때 상대방을 때린다던지 땅바닥에 뒹군다던지의 패턴이 계속 나왔는데, 벌을 적용을 하니까 '아, 이거 이제 안 통하는구나. 담에 하면 안 되겠다'라는 것이 확실히 인지가 되어서 그런지 시작한 지 한 3개월 정도 지나니까 폭력적인 행동이 많이 소거되었습니다.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강화'라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이가 배움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줄이고 지식과 예절 등을 습득하기를 원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칭찬, 스킨십 등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자극을 주어서 '아, 이 행동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구나'라는 인지를 시켜주면 그것이 습관이 됩니다.


한 번은 ABA캥거루에서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전문적인 ABA 치료사분들께 저희 아이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에게 가장 놀란 것은 강화를 너무나 잘 해주셨다는 점입니다. 정말 아이를 들쳐업기도 하고 깜짝 놀래키고 신나게 놀아주는데 아이가 너무나 즐겁게 반응하면서 평소에 제가 했을 때 못했던 미션들을 너무나 쉽게 수행하는 것을 보고 어찌나 놀랬고 배신감(?)마저 느꼈는지. 그래서 강화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저 역시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놀랐던 점은, ABA 홈세러피에서 엄마의 권위는 절대적이라는 것입니다. 이게 얼핏 들으면 너무 옛날 스타일로 들릴 수 있는데 실상 교육의 가장 기본은 지시를 따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엄마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데 다른 어른들의 지시를 따르기는 쉽지 않겠죠. 그래서 역으로 엄마로서 평소에 행동과 말을 조심하게 되기도 합니다. 거짓말을 한다거나, 갑자기 말을 바꾸거나 한다고 했을 때 내 말의 신뢰도가 떨어지겠죠. 헛된 공약이나 아니면 '너 또 말썽 피우면 다시는 안 올 거야'라고 해놓고 또 와버리면 앞으로 아이가 굳이 엄마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겠죠.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는데, '이리와' 같은 기초 프로그램을 할 때 초반에는 말을 듣지 않아서 애를 먹었습니다. '이리와' 훈련 중에 갑자기 아이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할 때 처음에는 그냥 보내줬었는데 선생님 말씀이 오줌을 싸든 말든 지시했던 것을 다 수행하고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한 번은 질끈 눈 감고 지시 수행이 끝날 때까지 화장실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거실이 오줌바다가 되고 아이도 울고 난리가 났죠. 도저히 제가 틈을 주지 않자 아이도 결국 포기하고 지시를 얌전히 수행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아이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말을 들어야 하는구나'라는 것이 인지되면서 아이가 집중도가 높아지고 훈련이 더 빨리 끝나서 저는 더 크게 강화를 해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이겨야 한다는 각오로 임합니다. 만약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경우, 오히려 아이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차라리 그냥 못 본 척하고 넘어가라고 합니다.


이게 요즘 교육 스타일과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헬렌 켈러를 기른 설리반 선생님의 교육법과 비슷하죠. 그래서 몇 번 도전하다가 그만 두신 엄마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저희 아이를 비롯해서 현격하게 달라진 아이들을 보면 자폐치료의 본질, 더 나아가 교육과 양육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엄마가 중심을 잡고 가이드와 피드백은 명확히 주되, 아이에게 즐거운 습관을 기르게 하는 것. 이것이 ABA 홈세러피가 주는 자폐 치료 그 이상의 교육적 효과인 것 같습니다.



keyword
이전 23화1초 기다리기부터 시작하는 ABA 자폐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