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 ABA 치료를 ABA캥거루라는 곳을 통해서 진행했습니다.
여기의 차별점은 다른 ABA센터와는 달리 전문 치료사가 아닌 엄마, 아빠가 집에서 아이를 직접 치료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듣고 자신이 없었지만 매주 전문 컨설팅을 받으면서 한다고 해서 용기를 내어 봤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기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바로 강화, 이리와, 기다려 3종 세트입니다.
ABA의 핵심은 강화와 벌을 통해서 아이에게 원하는 행동으로 유도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강화는 아이가 좋아할만한 것들 예를 들면 엄마의 칭찬, 스킨십 그리고 과자나 장난감 같은 것도 포함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의도한 행동이 나왔을 때 아이가 좋아하는 강화를 해줌으로써 아이는 '아, 내가 이걸 하니까 좋은 일이 생기네'라는 것을 느끼게 해서 그 행동이 더 자주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벌은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자극을 주어서 '아, 이건 앞으로 절대 하면 안되겠네'라고 인지를 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맨 처음 시작하는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서 엄마는 아이를 의자에 앉힌 후 이 아이를 3분 동안 즐겁게 해주어야 합니다. 살살 간지럽히는 것부터 마사지, 각종 도구나 장난감 등을 통해서 아이를 신나게 놀려줘야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즐거워하는 정도에 따라 강화물들을 1-10점 척도로 점수를 메깁니다. 그 이유는 향후 다양한 훈련을 함께 할 때 아이가 열심히 노력한 정도에 따라서 강화물들을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아이가 저를 멀뚱멀뚱 쳐다보는데 갑자기 아이를 웃게 하라고 하는데 반응이 없으면 민망하기도 하고 심지어 아이가 까무러칠 정도로 재밌게 해줘야 한다는데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런 훈련하는 영상들을 찍어서 매주 컨설턴트 선생님이 봐주시는데 영상 보여주기도 부끄럽더라구요.
두 번째로 이리와라는 프로그램은 두 개의 의자를 간격을 띄워서 마주 보게 놓고 아이에게 '이리와'라고 불러서 앉힌 후 의자 사이를 4번 정도 왔다갔다하게 합니다. 이것도 말이 쉽지 실제로 해보면 다른 장난감 갖고 놀다가 갑자기 부르면 오지도 않고 의자 사이를 왔다갔다 할 때도 반응이 느리거나 자세가 좋지 않은 경우가 태반입니다.
세 번째, 기다려는 아이가 책상 앞에 앉은 상태에서 좋아하는 음식이나 장난감을 앞에 두고 한동안 손을 못 대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첫 시작은 1초부터. 1초 동안 성공하면 그 다음 2초로 넘어가는 구조이고 계속 잘 하면 10초, 30초, 1분, 5분, 몇 십분 이상 누적됩니다. 약간 벌처럼 느껴지는데 목적은 인내심과 절제력을 키우고 엄마의 지시를 기다리게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모두 처음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ABA 입문했다가 이 단계를 못 넘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좀 의아하기도 하죠. 이런 것들이 자폐 치료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특히나 자폐 치료로 마음이 급한 엄마, 아빠들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하다보면 왜 해야하는지 너무 이해가 갑니다.
가장 쉬운 지시부터 따르지 않으면 더 어려운 지시는 더더욱 따르지 않는다라는 것이 기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그랬지만 많은 엄마들이 어설프게 진도를 뺐다가 다시 기초 단계로 돌아오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결국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라는 전우주적 진리가 여기서도 통하는가 봅니다.
그렇게 해서 기본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변화를 보면 너무나 놀랍고 눈물이 납니다. 엄마도, 아이도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지만 동시에 아이가 변하는 것을 보면서 또 얼마나 감격을 했을까. 제 아들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나중엔 반항도 했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습관처럼 굳어져서 어디에 있던 '이리와'라고 부르면 제깍 달려옵니다. 그리고 집중해서 엄마의 지시를 기다립니다.
오늘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아기 걸음처럼 천천히 나아가는 엄마, 아빠들...
이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