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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6세, 유치원 특교자 포기하다

by 잰걸음

하선이는 가정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특교자 신청 후 특수반이 있는 유치원으로 옮겼습니다. 6세로 올라가면서 다행히 아이가 잘 발달해주고 있기에 선생님과 상담 후 통합 시간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통합 시간을 늘린다는 의미는 정식 통합 시간이 끝나면 다른 특수반 친구들은 담당 선생님들과 특수반으로 복귀할 때 저희 아이만 통합반에 남기는 구조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30분부터 시작해서 점차 늘리고 나중에는 완전 통합을 향해 가는거죠.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익숙한 선생님들과 떨어진다는 부분에서 아이가 불안감을 느끼는 흔적이 보였습니다. 워낙 선생님들을 잘 따르던 아이라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이가 언어와 사회성이 서툴다 보니 선생님 도움 없이 혼자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단 6세만 돼도 아이들이 남자, 여자 구분해서 노는 등 더 분별력이 생기다 보니 특수반 아이들은 소속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 아이가 다가가려고 해도 어차피 다른 반 친구..라는 인식이 있는 거죠.

그래서 좀처럼 유치원 싫다는 표현을 안 하던 저희 아이가 유치원 안 가고 싶다고 노래 부르고 차에서 안 내리려고 하더라고요. 유치원, 집에서 그동안 안 보여주던 모습들도 보이구요.

어떻게 보면 겪어야 하는 과정일 수도 있는데,

이것이 최선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교육기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특수반은 없는 일종의 대안학교였는데 마침 입학설명회를 가보니 여러 면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기존의 유치원에서도 나름 만족을 하던 편이라 고민이 되었지만

과감하게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정이 들었던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서 퇴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저희의 결정을 응원해 주셨고 바로 퇴원 수속 밟아주셨습니다.


유치원을 퇴원하는 것은 물론 특교자 신분이라 서류 작업이 조금 있었습니다. 우선은 해당 유치원을 자퇴한다는 퇴원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특교자라는 것은 특수반이 있는 공교육 기관으로 전학할 경우는 다르겠지만 그 외의 옵션이라면 아예 특교자 자격을 취소해야 합니다. 이건 일반 유치원이나 학교의 특수반에 다니다가 일반반으로 아예 옮긴다면 똑같이 거쳐야 할 절차입니다.

특교자 자격을 취소한다는 의미는 여러 가지 변화를 동반합니다.

1. 특수교육 및 관련서비스 지원 (치료 및 방과 후 지원, 원거리 통학비 등) 중단

2. 취소 이후 6개월 이내 특교자로 선정배치 신청 제한

3. 추후 특교자 재희망하는 경우, 신규 신청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참고로 유치원 특교자가 장애통합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경우, 특교자 취소 대상자에 해당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혹여나 마음을 바꿔서 다시 특교자 신청을 한다고 하면 쉬운 과정은 아닌지라 안내 사항 읽어 내려가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살짝 되었습니다.

하지만 깊은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그동안 감사했던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며 유치원을 나오니 이제 저희에게 닥칠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또 한껏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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