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가정이 고민하시는 부분 중에 하나가 아이를 어떤 기관에 맡기느냐…라는 문제죠.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에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또 그 안에서 부분통합과 완전통합의 경우도 있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정확히 어떤 것이 아이에게 잘 맞는지도 모르지만 정했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보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테구요. 저희도 같은 고민의 여정을 거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면서 예전에 가졌던 생각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고 또한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여정을 정리해 보고 가장 최근에 느낀 점들을 기록해 봅니다.
어린이집 vs. 유치원?
저희 같은 경우, 가정어린이집에서 시작을 했는데 5세 이상부터는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졸업'을 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고 부랴부랴 유치원을 찾아 나섰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새로 생긴 시립유치원에 특수반도 있다고 해서 바로 특교자 신청에 들어가고 지원했습니다.
유치원에 들어가다 보니 확실히 '보육' 중심의 어린이집보다는 교육과 규율에 더 중점을 두더라구요. 유치원이 초등학교 준비하기에는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특수반의 경험이 저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이의 튀는 행동들이 더 심했기에 전문 선생님과 돕는 손길이 있는 게 더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어린이집 다니는 엄마들에게도 가능하다면 유치원으로 옮기라고 추천도 했었죠.
부분통합 vs. 완전통합?
유치원으로 옮긴 덕분에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고 아이도 유치원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조금씩 욕심이 생기면서 개별화상담 과정에서 통합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하지만 바로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갑자기 통합 시간을 늘리면 아이가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는 말씀에 저도 1년간 페이스 조절을 했습니다.
6세가 되고 새로운 담임에 오셨을 때 똑같은 요청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합의 하에 점차적으로 통합시간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이게 아이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는 사실.
일단 언어와 사회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서툴렀습니다.
우리 아들은 남자 친구들보다는 여자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선호했는데, 요즘 6세 정도만 해도 남녀 구분을 하고 여자 아이들이 말도 너무 잘하다 보니 저희 아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울기도 하고 화도 내고 그 좋아하던 유치원 가고 싶지 않다고 차에서 내리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당장은 담임과 상담해서 통합 시간 늘리는 것을 조금 더 지연시키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통합을 늘릴 거면 차라리 7세 전에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3지대에 안착
'이게 맞나...'라는 고민을 계속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대안학교의 입학설명회에 가고 바로 입학 신청서를 냈습니다. 여기는 특수반이 따로 있지 않고 모두 함께 하는 시스템입니다. 참고로 비인가 학교라 기존 국공립학교와는 여러 가지로 교육 철학과 시스템이 다른, 일종의 제3지대입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갔습니다.
예전에는 특수케어가 필요한 아이들은 무조건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가 하루 종일 일반 또래 아이들과 함께 하니 또래 언어에 많이 노출이 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이의 언어 발달이 이 짧은 기간 동안 놀랍도록 발전했습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들이 줄줄줄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깜짝 놀랬습니다.
그전에는 아이에 대한 피드백이
'아이보다 어른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였습니다.
아무래도 외동이고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서 그런 건데 이렇게 환경이 바뀌니까
아이가 친구들 장난도 따라 하고 노는 방법 등도 많이 달라지더라구요.
저희 아이가 현재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조건값들을 정리해 보면,
1) 학년을 모두 함께 시작함
2) 애초에 '특수반' 같은 분리가 없었음
3) 반 인원이 적었음
이 세 가지가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저희 아이가 이 학교에 처음부터 잘 적응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도 몇 가지 문제들이 있어서 선생님과 매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아이가 학교를 너무 좋아한다는 점,
아이의 발전이 눈에 띄게 보인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무조건 특교자로 신청해서 유치원으로 가라고 섣불리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자폐가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어떤 친구들은 특수반 시스템이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겠지만 단순히 유치원이 좋냐, 완전통합이 좋냐라는 질문보다는 우선 아이의 현재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환경이 어떤 건지, 전체는 아닌 일부라도 맞아떨어질 수 있는 곳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의 경험으로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아이의 교육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하나의 사례로 이용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