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대략 2년 전,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K-ADOS 검사로 자폐 중증 판정이 났습니다.
그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하지만 하늘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더라는.
당시 담당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머리에 뭘 맞은 듯이 멍하게 있다가
얼떨결에 그다음 발달 검사를 예약했습니다.
2년이 지나고
2번째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저희는 첫 번째 검사 이후 계속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주간치료실을 1년 반 동안 다녔었는데 오랜만에 한강 넘어가며 서울대병원 가는 길이 반가웠습니다. 한때는 절망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던 이 길이 반갑기까지 하다니 참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살짝 일찍 도착해서 주간치료실 간호사 사무실을 노크했는데 우리 아이를 오랜 기간 봐오신 간호사 선생님들과 인사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짧은 인사 후에 바로 검사실로 안내되었습니다.
진행 순서를 먼저 요약하면 아래와 같아요.
1) 아이와 검사자 1:1 검사 (부모는 밖에서 설문지 작성)
2) 잠시 휴식
3) 아이와 검사자 1:1 검사 (부모가 아이 뒤에서 관찰)
4) 부모 상담
처음에는 아이와 검사자 단둘이 이런저런 활동을 하게 되고 부모는 검사실 밖에 앉아 있으면서 아주 긴 발달 설문지를 작성하게 됩니다. 질문지가 예전에 비해서 더 길어졌다고 하더라구요. 언어, 소근육, 사회성 등 다양한 방면의 질문들로 정말 한 몇 백개는 채우고 온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2부를 시작하는데, 이때 저는 아이 뒤에 앉아서 관찰하게끔 하더라구요. 그리고 상담을 하면서 제가 작성한 질문지와 검사자 본인이 관찰하면서 느낀 점에서 차이를 느끼면 다시 재확인하는 절차를 겪게 됩니다.
마지막 부모상담을 하면서 크게 받은 피드백은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아요.
▶ 간헐적으로 충동적인 반응이 보인다
▶ 지시 수행할 때 끝까지 디테일하게 하기보다는 대충 하려는 경향이 있다
▶ 표현언어가 제한적이다
▶ 책을 읽을 때 맥락과 의미보다는 텍스트에 집중한다
▶ 엄마에게 자기의 감정을 나누는데 서투르다
최종적인 결과는 수주 후에 나와서 담당의사와 상담을 하겠지만 피드백에 따른 간단한 양육팁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것은 첫 K-ADOS 검사 때 대비해서는 큰 문제 행동이 보이지는 않았고 여러 방면에서 좋아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나름 두 번째라 그런지, 어떤 결과가 나와도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아이의 성장은 그 누구보다 제가 제일 잘 알고,
그 어떤 수치도 우리 아이들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첫 발달검사 때와는 달리 조금은 더 의연한 마음으로 진단 결과를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