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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이가 숫자에 집착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by 잰걸음

우리 아이들은 숫자를 정말 좋아하죠.

저희 아이도 유튜브 영상 중에서 흔히들 좋아하는 만화 영상보다는 그냥 숫자를 1부터 100까지 읽어주는 숫자 영상을 보고 박수를 치면서 봅니다.


숫자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예전 글에도 썼지만

정형화된 패턴과 순서에 안정감을 느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이 중에서 본인이 특히 좋아하는 숫자나 특히 싫어하는 숫자도 나오더라구요.


저희 아이가 사랑하는 숫자는 13인데 이건 바로 저희가 사는 아파트 층수라서 그렇습니다. 자주 접하다 보니까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원래 딱히 싫어하는 숫자는 없었는데 최근에 4번을 싫어한다고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특히 아이들끼리 순번을 매길 때 본인이 4번이 걸리면 울면서 난리 칠 정도로 싫어한다고.


그래서 저도 아이에게 따로 물어봤어요.


"숫자 4번이 싫어?"

"응... 싫어."

"왜?"

"무서워서..."


왜 4번이 무섭냐고 물어봐도

아직 표현을 정확히 잘 못하더라구요.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저의 첫 반응은

"아니야~ 4번 안 무서워~"


보통은 이렇게 아이에게 '정정'을 하려고 하죠.

저도 계속 '무섭지 않아', '괜찮아'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ABA선생님께 문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이 최악의 방법이라는!


아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부정적이지 않다고 강조하는 것은 계속 그 감정을 강화시킨다고 하더라구요.


즉, 아무리 '안 무서워'라고 해도 '안'은 안 들리고 '무서워'만 남는다고.


예를 들어, '핑크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누군가가 얘기했을 때...

어떠세요?

절대 생각하지 말라고 할수록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지지 않으세요?

이것도 같은 원리인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싫어하는 것에 긍정적인 경험을 더해라


필요한 것은 생각의 전환.

즉, '4'를 싫어하는 우리 아이에게

4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경험을 주는 거예요.


예를 들면, 특히 줄 서기를 할 때 '4'번이 싫다고 했으니까 4명이 모였을 때 4번째로 줄 서기 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저희 아이는 특히 이기는 것을 좋아해서 '4'와 이기는 경험을 붙여주는 연습을 했습니다.


저희는 집에서 4명을 만들기 어려워서 1-4번까지 숫자를 놓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장난감 말을 순번대로 놓되 4번에 놓은 사람이 이긴 거라고 룰을 정했습니다. 아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계속 확인 후에 4번째 가위바위보에 아이가 이겨서 말을 놓은 후 '누가 이긴 거야?'라고 계속 분위기를 고조시키니 신나라 했습니다. 이게 재밌었는지 계속하자고 해서 알바선생님과 거의 20분간 이 게임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숫자 '4'를 많이 언급하고 그것도 즐거운 경험과 연결시키니까 아이가 4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 게임 한 번으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에 그 이후에도 생활 속에서 4와 연계된 긍정적인 활동들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ABA는 과학입니다.


반대의 경우로, 특정 숫자를 너무 긍정적으로 집착하기도 합니다. 그랬을 때는 그 숫자를 선택 못하게 한 후에 아이가 떼쓸 때 다른 것으로 빨리 전환시키는 방법을 쓰면 된다고 합니다.


숫자 집착을 하던가 아니면 어떤 뭔가를 너무 싫어했을 때는 둔감화하기 위해서 반대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발상의 전환, 한번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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