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처음 만난 날.
소개를 통해 연락처를 받아 우리는 삼청동에서 보기로 했다.
가을 초입에 들어서 더위와 선선함이 서로 넘실거리던 그때, 삼청동의 밤거리는 풋풋했다.
처음 만난 남편은 키는 크지는 않지만 몸이 다부지고 안경을 낀, 편안한 인상이었다.
이야기를 하는데 뭔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보기 좋았다.
별로 그런 적이 없는데,
내가 먼저 호감이 갔고 2차 얘기를 먼저 꺼냈다.
그로부터 거의 3달 만에 결혼을 했다.
벌써 10년 이상이 지났다.
길다면 긴 시간인데,
그 중에서 둘이 진솔하게 이야기 나눈 시간을 긁어내면 얼마나 나올까?
각자 직장 생활, 각자의 관심사에 바빠서 거의 하우스메이트처럼 지낸 것 같다.
그리고 처음에 매력적으로 느꼈던 그 자신감의 근거가 빈약함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짜증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둘다 40대에 경력단절이 되었다.
한 명은 계획 하에,
한 명은 갑작스럽게.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그닥 미련이 생길 것도 없지만
그동안 쌓아둔 직장인으로서의 루틴과 마인드셋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이 걸렸다.
나도 혼란스러운데,
역시나 경력단절된 남편의 여전한 자신감이 무모함으로 비춰지면서
화가 더 치밀어올랐지만 크게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이 새로운 야생에서 다른 대안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점점 이 야생에 적응하면서
남편의 생각과 행동이 틀린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남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의 단점이자 장점을 더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고
결국 함께 사업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서로간의 대화량이 어쩔 수 없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내가 남편을 잘 알지 못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재발견,
경력단절이 되었을 때 삶에 대한 재발견의 과정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다.
남편을 더 잘 알기 위한 인터뷰.
나의 아들 치료기에 이어서 브런치에 올리는 두번째 주 5일 연재다.
그때는 그나마 예전에 네이버에 올린 글들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이번엔 매일매일 남편과 글과 말을 통해 새롭게 써내려가야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억지로라도 남편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를 또 만들 수 있게 된다.
내 배우자에 대해서,
앞으로 우리 부부의 앞날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가 주는 연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