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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 아이가... 자폐?

의심에서 확신으로

by 잰걸음

저희 아들 하선이는 2019년 11월에 태어났습니다.


늦은 결혼, 늦은 출산으로 엄마인 저랑 무려 40살 차이가 납니다.

감사하게도 시험관 시술이 한 번만에 성공을 했고 임신 중에 큰 무리 없이 건강히 출산했습니다.

육아의 기쁨과 고단함이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매일매일 저의 하루를 적셔왔습니다.


아이가 돌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름을 느꼈습니다.

발화는 아예 없었고 ‘음~’ 정도의 소리만 계속 냈습니다.

호명을 해도 눈맞춤이 잘 안 됐습니다.


“남자아이니까 좀 늦는 걸 꺼야”

“나 아는 사람도 7살 때까지 얘기 한 마디도 안 하다가 이젠 입으로 벌어먹고 살잖아!”


안심시키려는 주변의 말들을 태연히 듣는 척했지만 점점 절실히 붙들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소아과 원장님이신 아버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씀하셔서 내가 민감한 거라고 애써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일명 문제 행동들이 늘어났습니다.

내 아이이지만 내가 봐도 좀 이상한 행동들...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에 찾아보니 다양한 문제 행동들이 있더군요. 상동행동 (무의미한 행동 반복), 언어 지연, 특정 감각 민감화, 집착 및 충동성, 사회성 결여 등. 저희 아이는 주로 뭔가 긴 물건을 빙빙 돌리고, 문을 수시로 여닫고, 한 자리에서 빙빙 도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어린이집에서 조심스럽게 “하선이가 좀 많이 달라요… 검사를 한번 받아보세요”라고 말씀 주신 것이 자꾸 걸렸습니다. 결국 동네 센터에 가서 간단한 검사를 받아보니 자폐가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는 동네 센터에 대한 신뢰도가 너무 낮으셔서 결과는 함구했습니다.


조금 더 이름 있는 곳을 찾다가, 친한 후배의 아버님께서 대형병원 소아정신과 출신이시라는 것이 떠올라 전화로 증상을 설명드렸습니다. 침착하게 들으신 후배 아버님께서는 그 어떤 결론도 말씀하지 않으시고 단지 “일단 제대로 검사를 받아보자”라고만 말씀주셨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직감했습니다.


내 촉이 맞겠구나...


의심에서 확신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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