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이야기 2'는 엑세키아스의 '아마존 여왕을 죽이는 아킬레우스' 표지 그림으로 시작하여 '제9부 헤라클레스 외'부터 '제15부 카에사르의 승천 외'까지의 내용을 그리고 있다. 1권에서 유피테르와 유노 부부가 쌍으로 사방팔방 똥물을 튀겨 대는 통에 내가 책 읽다 말고 고혈압 위험군에 속할 뻔했던 것에 비하면, 2권에서는 심신의 안정을 되찾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2권에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 변신시키기 행위가 나오긴 하지만, 1권보다는 금단의 사랑(근친상간, 동성애 등)이나 배우자의 죽음 등을 소재로 사랑에 대한 고뇌나 절절함 등이 좀 더 깊이 있게 그려져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제12부 트로이 전쟁 외, 제13부 유민의 시대'를 읽을 때 몰입도가 매우 높았는데, 그와 동시에 사람의 인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왜곡되기 쉬운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1권에 비해서 2권이 '이야기의 호흡이 길어서 몰입하기 좋다!'라고 생각했는데, 트로이 관련 부분을 다 읽고 다시 목차를 살펴보니, 2권 또한 1권만큼이나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변신 이야기가 나왔던 게 아닌가! 그래서 잠시 독서를 멈추고 내가 12, 13부를 흥미진진하게 읽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해당 부분에서는 많은 인물을 다루더라도 다른 장에 비해 '트로이 전쟁'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사건을 중심으로 긴밀한 연결성을 지닌 채 이야기가 펼쳐졌다는 점이 내 몰입도에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내가 12, 13부를 읽는 도중에 유튜브에서 '트로이' 영화 요약 영상을 찾아본 것이, 독서 행위를 더 풍성한 경험으로 만들어준 결정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제13부 초반에서 아이아스와 오뒤세우스는 아킬레오스의 유품이 서로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치열하게 설전을 벌인다. 이 대목을 읽다가 문득 강렬한 열정이 샘솟아서 독서를 일시정지하고 '트로이' 영화를 찾아보았던 것이다.
내가 '트로이' 영화에서 강렬하게 기억하던 장면은 2가지였는데, 하나는 아킬레우스가 크게 뛰어올라 거한 보아그리우스의 목덜미에 검을 쇼쇽 찔러 넣었다 빼고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 허세 넘치던 장면, 다른 하나는 그렇게나 엄청난 무위를 뽐낸 대단한 전사가 어처구니없게 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사망하던 장면이다. 영화를 다시 보니 예전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는데, 여전히 파리스는 지질했고 헥토르는 불쌍했다. 혼자 트로이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다 개죽음당한 모범적인 왕자, 헥토르. 사실 전쟁의 이유나 과정 등을 배제한다면, 최선을 다해 최고의 전사와 겨루고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최종 결론=빵 형 이때 참 섹시하다(하하). 하지만 나는 '트로이'보다는 '조 블랙의 사랑'에 나온 브래드 피트의 분위기와 연기를 사랑한다. 그윽하게 바라보던 시선은 잊을 수가 없네. 미친 미모, 미친 분위기. 어휴(의식의 흐름대로 가면 자꾸만 이렇게 딴 길로 새니 고삐를 잡아야지. 커흠흠).
내가 '변신 이야기'를 읽고 고혈압 운운했던 것은 오늘날의 과학이나 윤리, 일반 상식 등에 비추어볼 때 더 이상 통용되지도 유효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자 후기에도 나오듯 이 작품을 <시적 메타모르포시스>로 바라본다면 '변신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신화의 가장 충실한 길잡이이자, 신화와 전설의 체계에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는 하나의 만병통치약 노릇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이해나 용납은 차치하고,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변신'이라는 요소를 삶에 실질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신들에 의해 강제로 변신하게 되지만, 자의든 타의든 결국 '변신'이라는 것은 의지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행위이다. 어릴 때 봤던 마법소녀 만화를 떠올려 보면, 일상에서는 평범한 학생인 주인공이 적과 마주쳤을 때 전투 의지를 불태우며 특유의 구호라도 외쳐야 변신하지 않는가?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목표와 그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곤 한다. 이상적인 모습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기 위해 마음먹고 행동하는 그 모든 과정들이, 어쩌면 변신의 한 단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화 속 인물들처럼 순식간에 동식물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어제, 작년, 10년 전과 다른 오늘의 나로 변신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변신하며, 자신만의 신화를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