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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의 맛, 완두콩국수

by 헤아림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신선하고 맛있는 채소는 특별한 요리도 필요 없이 그대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유통이라는 과정을 생략하니 우리 집에서 먹는 채소는 수확하자마자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게 가능해지면서 맛을 들이게 된 것 중 하나가 완두를 꼬투리 째 삶아 먹는 것이다. 일식 요릿집에 가면 애피타이저로 내어주는 에다마메를 그렇게나 좋아했으니 같은 방식으로 완두를 삶아 먹는 것도 싫어할 리가 없다. 얼핏 보면 완두와 뭐가 다른가 싶은 에다마메는 더 익으면 연한 노란색으로 변하는 대두가 다 익기 전에 딴 풋콩이다. 그에 반해 늘 완두는 덜 익으나 다 익으나 늘 싱그러운 푸른색을 자랑한다. 게다가 완두가 훨씬 달콤하다.


첫 완두를 수확하면 그날은 완두 꼬투리를 삶아 먹는 날이다. 냄비 안에 완두를 꼬투리째 넣고 물과 소금을 자작하게 넣는다. 이 상태에서 냄비 뚜껑을 덮고 살짝 삶아낸 뒤 한 김 식혀 먹으면 이제 여름이 오는구나 싶다. (보통은 다 식기도 전에 성급히 집어 먹다가 혀를 덴다. 완두 먹다 혀를 데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 살살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삶은 완두, 여기에 차갑게 식힌 화이트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여름 천국 정식(!)이 완성된다.



여름이면 콩국물을 상자째로 쟁여두고 먹는 우리 가족은 완두로도 콩국수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식당에서 파는 콩국수에도 콩만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견과류도 넣어 보고, 미숫가루도, 볶은 참깨도 넣어서 만들어 봤다. 몇 번이나 이리저리 테스트를 해봤지만 완두의 싱그러운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고소한 맛을 더해주는 건 딱 볶은 참깨만 넣었을 때였다. 게다가 모든 요리는 손이 덜 갈수록 좋지 않은가. 과감하게 다른 건 생략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이 콩국물 레시피 안에 삶은 완두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고스란히 담겼다. 심지어 맑은 완두의 색까지 선명하게 남아서 최최최최종 완두콩국수를 받은 엄마는 식탁에 올려 두고도 못 먹겠다며 한참을 보고 사진을 찍으셨다. 그렇게 텃밭 농부들이 모여 계신 밴드에 "딸내미가 만들어 준 예쁘고 맛있는 완두콩국수"라고 올리신 덕에 칭찬을 한가득 물어다 주시기도 했다.


이제는 이 국수 한 그릇 때문에 완두 수확철을 기다리게 되었다. 채소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간단한 조리법,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계절의 기운. 여름은 그렇게 우리 식탁 위로 다시 찾아온다.




재료 (1인분)


- 완두콩 1.5컵
- 소금 1t
- 볶은 참깨 2T
- 소면


호두를 넣어 여러 번 레시피를 다듬었지만 결과적으로 빼는 편이 더 깔끔하다 판단했다.




만들기


1. 물 3컵에 소금 1t를 넣고 끓인다.
2. 물이 끓으면 완두를 넣고 2분 30초 정도 삶는다.
3. 체에 걸러 콩은 흐르는 물에 살짝 헹구고 삶고난 물은 1.5컵 남겨서 한 김 식힌다.
4. 삶은 완두와 참깨를 믹서기에 넣고 1차로 이들이 잠길 만큼만 콩 삶은 물을 넣어 곱게 간다.

5. 남은 물을 넣고 간다.
6. 냉장고에서 차게 식힌다.
7. 소면을 삶고 찬물에 박박 헹군다.
8. 그릇에 삶은 소면을 담고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완두콩물을 붓는다.





Tip


1. 호와 같은 견과류를 넣으면 풍미가 더해지나 완두의 맛이 가려지고 완성된 콩물의 색이 예쁘지 않으므로 본인의 기호에 맞춰 선택한다.

2. 믹서기에서 갈 때 물을 한 번에 다 넣으면 참깨가 갈리지 않으므로 반드시 나눠 넣는다.

3. 콩물을 갈 때 묽다 싶어도 냉장고에서 식히고 나면 걸쭉해지므로 본인 기준 조금 묽다 싶을 정도로 만든다.

4. 더 묽은 콩물을 원할 때 콩 삶은 물을 추가하면 너무 짜게 완성될 수 있으니 추가하는 물은 생수를 사용하도록 한다.

5. 면을 삶을 때는 찬물 한 컵을 옆에 두고 면을 넣은 상태에서 끓어오르면 반 컵, 다시 끓어오르면 나머지 반 컵을 넣는다. 다시 끓어오를 때 불에서 내려 찬물에 박박 헹궈 전분을 제거하면 더 쫄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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