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마늘종 볶음밥이 유행했다고 한다. 이 사실도 입원 병동 간호사 선생님을 통해 알았다.
엄마가 밭에 들러 병원으로 오시는 날은 나만 신나게 채소를 먹는 게 아니었다. 우리 병동에 채소 축제가 벌어졌다. 워낙 채소를 좋아하시지만 병원에 있느라 먹기 어려워 아쉬워하시던 옆 침대 환자분께도, 나처럼 어머니 보호자와 함께 머물렀던 유일한 또래의 환자 친구에게도, 환자 옆에서 상주하며 식사를 해결하시는 전문 간병인 분들께도 나눠 드렸다. 그리고 수술 후 열이 내리지 않아 고생하던 나를 쫓아다니며 열을 재던, 여기저기 굵은 바늘을 계속 찔러대서 없던 바늘 공포증이 생길 것 같다던 내게 최대한 가는 바늘로 바꿔주겠다던, 난생처음 겪은 어지럼증에 꼼짝 못 하던 나를 침대에 뉘어두고 물 한 모금이라도 마시고 싶으면 호출하라던, 떠올리면 고마운 것이 너무나 많은 간호사 선생님들께도 나눠 드렸다.
그중에서도 엄마가 마늘종을 뽑아 오셨던 날, 간호사 선생님들께 드리겠다는 걸 말렸었다. 저 젊은 선생님들이 이걸로 뭘 해 먹겠냐며.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엄마가 마늘종을 꺼내자 "요즘 마늘종 볶음밥 유행이던데! 저 레시피 봤어요. 이걸로 해 먹어 볼게요!" 하며 너무나 기쁘게 받아가셨다. 예상과 너무 달라서 엄마를 타박했던 내가 머쓱했지만 그보다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쁜 마음이 앉았다. 동시에 마늘종 볶음밥이 어떤 맛일까 엄청 궁금해졌다. 어쩐지 상상이 돼서 더 궁금한 맛이었달까.
퇴원했을 땐 이미 마늘종 철이 지난 후라 바로 해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다시 수확철이 돌아오니 그때 얘기했던 볶음밥이 생각났다. 그리고 수확해서 온 날, 돌아오는 길 내내 레시피를 찾아보고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구상한 뒤 집에 와서 바로 해 먹었다.
많은 레시피에서 돼지고기를 같이 쓰던데 나는 어묵으로 대체했다. 어묵과 마늘종도 충분히 잘 어울린다. 지난번, 여러 고민 끝에 소고기를 사용한 레시피를 소개하고 나서 지금까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정확히는 쓸 때부터 마음에 걸렸다. 사실 육고기의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건은 아니지만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고기를 먹도록 독려하지는 않아야겠다 생각하며 지내왔다. 그런 내가 앞장서서 고기 레시피를 올리다니. 그래서 앞으로도 최대한 고민해서 대체할 것들을 찾아볼 예정이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재료 (1인분)
- 마늘종 약 50g
- 쪽파 1개
- 사각어묵 1장
- 밥 180g
- 달걀 1개
- 식용유
- 굴소스 1T
- 후추
만들기
1. 파를 약 1cm 길이로 썬다.
2. 마늘종을 약 1cm 길이로 종종 썰고, 사각어묵도 마늘종과 비슷한 크기로 잘라준다.
3. 식용유를 두른 팬에 파를 넣고 중약불에서 파가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아준다.
4. 중강불로 올리고 썰어둔 마늘종과 어묵을 넣어 볶다가 팬 위의 채소를 한쪽으로 몰아둔다.
5. 빈 공간에 달걀 하나를 넣고 휘저어 스크램블에그를 만든다.
6. 팬 위의 채소와 달걀을 잘 섞고 분량의 굴소스를 넣는다.
7. 밥을 넣고 볶다가 간을 보고 싱거우면 굴소스를 조금 더 넣어준다.
8. 팬에서 내리기 전에 후추를 넣고 살짝 섞어준 다음 불에서 내려 그릇에 옮겨 담는다.
Tip
1. 파와 식용유를 넣고 만든 파기름은 각종 볶음요리에 베이스로 좋다.
2. 밥과 달걀을 동시에 넣거나 밥을 넣은 후 달걀을 넣으면 달걀이 밥알에 엉겨 붙어 죽처럼 될 수 있으니 반드시 달걀이 익은 후 밥을 넣어야 고슬고슬한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3. 같은 이유로 실온에서 한 김 식힌 밥을 이용하거나, 냉장고에서 꺼낸 밥을 이용할 때는 전자레인지에 살짝만 데운다. (너무 딱딱하게 굳은 찬밥은 눌러 펴기 어려우므로)
4. 후추를 넣고 오래 볶으면 후추의 향이 날아가므로 요리의 마지막에 넣고 금방 불에서 내려 후추의 향이 살아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