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포동에 위치한 작은 골목길,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유독 반짝이는 쇼윈도가 눈에 띈다.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진 반지와 목걸이, 손님을 기다리는 듯 빛을 머금은 귀걸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곳은 '라 루미에르', 빛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담한 주얼리 공방이었다.
라 루미에르의 문이 열리는 시간은 늘 일정하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무렵, 자그마한 체구의 사장님이 성큼성큼 골목을 걸어온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고운 갈색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고, 손에는 커피 한 잔과 빵이 담긴 봉투가 들려 있다. 출근길 인파가 지나간 후의 조용한 거리, 그녀는 익숙한 손길로 셔터를 올려 문을 연 뒤 가게의 불을 밝히고, 선반을 정리한다.
소담한 매장의 내부는 이 작은 여자 사장님의 취향으로 가득하다. 벽에는 오래된 시계, 레트로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포스터, 희미하게 빛나는 전등이 하나 걸려 있다. 진열장도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놓여 있는데, 녹슨 열쇠, 바랜 엽서, 조각난 거울, 오래된 단추 하나까지,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손 글씨가 붙어 있다.
“매장안의 모든 제품에는 반짝임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이 찾고 있는 그것일지도 몰라요.”
라 루미에르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글귀를 뒤로 한 채 바지런히 오픈 준비를 마치는 그녀였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아침을 시작하는 그녀의 일상 속에는 누구보다 먼저 공방을 찾는 존재들이 있다.
“야-옹”
"얘들아, 왔어?"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면 가게 앞에 모여 있던 고양이들이 하나둘 다가온다. 공방 근처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이다. 사장님은 언제나 고양이들을 위해 밥을 챙겼다. 겨울이면 따뜻한 담요를 깔아주고, 비 오는 날에는 작은 박스를 놓아주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고단한 길 위의 삶이지만, 이 골목에서는 적어도 사장님 덕분에 조금 덜 외롭고, 덜 힘들 것이다.
“맛있게 먹어-.”
고양이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그녀는 화분에 물을 준다. 가게 안팎에 놓인 크고 작은 식물들은 이 공방을 오픈하면서 지인들에게 선물 받은 아주 소중한 식구들이다. 그녀가 화분을 돌보는 시간에 골목을 지나는 주민들은 저마다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예쁘게 피었네요.”
“어머나- 오늘은 고양이가 세 마리나 있네.”
그녀는 웃으며 대답한다. “감사합니다, 요즘 밥맛이 좋은가 봐요. 덕분에 친구들이 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