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바뀌고, 오늘도 어김없이 이곳의 아침 일상이 반복된다.
똑같은 그림처럼 보이지만 반복적이기에 안정적이기에 변치 않는 것을 좋아하는 사장님에게 '라 루미에르'는 더욱 애착이 가는 공간이 되었다.
유난히 매장을 찾는 손님이 많은 하루, 손을 꼭 잡고 커플링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아서일까, 가게 안에 사랑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서로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 손을 맞잡고 반지를 고르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공방을 가득 채운 다양한 손님들 중에는 본인의 취향껏 깔끔한 실버 반지를 고르는 이도, 여자친구에게 잘 어울리는 로즈골드를 고르는 이도 있다. 그중에서도 내추럴 골드 컬러에 다이아가 세팅된 웨딩밴드는 단연 '라 루미에르'에서 판매하는 가장 아름다운 웨딩링이다. 세련되고 성별을 아우르는 디자인이라 더욱 찾는 이가 많아 보인다.
“이 반지도 껴볼 수 있어요?”
“그럼요- 착용 도와드릴게요.”
손님들의 물음에 열심히 응답 하다보면, 어느새 그들은 하나둘 사랑을 담은 반짝임을 찾고 떠나간다. 밝은 표정으로 가게를 나서는 손님들을 지켜보는 사장님의 얼굴에도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커플링만 인기가 있었다면 다른 반짝임들이 서운했을 텐데 오늘은 지나가던 손님이 무심코 집어든 귀걸이도, 친구들이 함께 걸어 보던 하트 우정 목걸이도, 여름에 어울리는 칵테일 팔찌도 모두 주인을 찾아갔다.
북적이던 매장이 텅 비어버린 저녁, 손님맞이로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사장님은 아직 남은 일들이 밀려 있다. 아마도 쌓인 포장이나 서류 작업은 가게에 조금 더 남아 정리하거나, 집으로 가져가 마저 처리해야 할 것이다.
“큰일이다, 일이 너무 많이 밀렸네.”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걱정과 달리 사장님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처리되지 못한 업무들이 남을 정도로 자신이 정성 들여 만든 반짝임이 손님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증거이니 기쁠 만도 했다.
“그냥 밥을 먹으면서 할까?
워낙 바빴던 탓에 식사를 거르고 있었던 그녀는 까맣게 잊고 있던 도시락을 꺼냈다. 아기자기하게 담긴 음식이 식욕을 돋웠다. 그녀는 동글동글한 주먹밥을 천천히 음미하며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공방은 금세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로 가득 찼다.
밀린 작업을 끝내고, 몇 차례 전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일을 끝낸 그녀가 올려다본 까만 하늘에는 초승달이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짙은 어둠이 내린 골목에서 유일하게 밝은 빛을 내뿜던 이곳은, 사장님의 잔업 종료와 함께 불이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