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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반지 수업

by 서로를 우연히

화창하던 아침과 달리 보슬비가 내리는 오후.

이 골목은 비가 오는 날이면 한층 더 운치 있어진다. 해가 가려져 약간 어두운 주변 덕분에 라 루미에르의 노란 조명이 조금 더 환해 보이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온기를 내뿜으며, 다소 쌀쌀해진 공기를 난로로 데우다 보면, 예약 손님을 맞이할 시간이 가까워진다.

이 자그마한 공방은 예약을 받아 진행되는 공예수업이 있는데, 오늘은 반지를 만드는 공예수업이 있는 날이다. 손님의 도착 예정 시간이 가까워지면 손님들이 방해받지 않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매장의 푯말을 'CLOSED'로 바꿔둔다.


친구들과 우정 반지를 만들거나 커플링을 맞추는 수업이 대부분으로, 오늘 수업 역시 우정 반지를 만드는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말랑말랑한 은점토를 주물러서 반지를 만들고 직접 고른 스톤을 꽂으면 완성되는 칵테일 반지는 만들기 쉽고 결과물이 귀여워 우정 반지 만들기로 진행되는 제품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편이다.


“너는 어떻게 만들 거야?”

“아직 고민 중. 너는?”


앳돼 보이는 손님들 사이로 디자인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가 오고 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장님의 머릿속에 그녀의 어린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짤막한 추억여행이 펼쳐졌다.


한참을 재잘거리며 디자인을 고른 손님들은 반죽을 주물거리며 자신만의 반짝임을 다듬었고, 한 시간이 넘는 작업 끝에 원하던 반지를 완성시켰다.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사소하지 않은 우정, 기쁨, 정성이 들어간 반짝임 한 조각, 루미에르에서 판매되는 반짝임은 대부분 이런 것이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유리창에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함께 반지를 만드는 특별하고도 운치 있는 경험이 손님들의 마음 한켠에 깊은 반짝임이 되어줄 특별한 경험이었기를.


“너무 마음에 들어요. 예쁘게 낄게요!”


하루치 반짝임을 판매하는 데에 성공한 사장님은 만족한 손님들의 인사를 뒤로한 채, 수업이 끝난 공방의 뒷정리를 위해 평소보다 조금 일찍 가게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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