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는 용기

에피소드 17

by 진화정


멈추는 용기

(에피소드 17)


국민학교 5학년 무렵이었을까. 아버지께서 어디서 중고 자전거를 가져오셨다. 새로운 놀잇감이 생겨서 기뻤지만, 한 번도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던 나는 순간 두려워졌다. 내 몸집보다 큰 자전거를 어떻게 타면 좋을까. 지나가는 사람이나 자동차와 부딪히면 어떻게 하나. 온갖 근심과 걱정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직 자전거에 올라타지도 않았는데도. 나는 겁이 참 많은 아이였지만, 자전거를 꼭 타고 싶었다. 그러나 혼자서는 시작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 자전거 안장의 높이를 조금 조절해 주셨고, 나는 그제야 자전거에 올랐다. 아버지께서 자전거를 붙잡아 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여러 번 크게 다쳤을 것이다. 조심스러운 나머지, 너무 천천히 페달을 밟고 돌리니 자전거의 중심을 잡기가 더 힘들었고, 나는 계속 넘어졌다.


"아빠가 붙잡고 있으니까, 걱정 말고 해 봐."


삐그덕 삐그덕. 자전거가 비틀거리며 나아가다가 계속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서 여기저기 상처가 생기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대로 잘 되지 않으니, 나는 순간 때려치우고 싶은 유혹이 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서서 페달을 밟았다. 아버지께서 단단히 붙잡아 주신다는 것을 믿고, 나는 조금 더 페달을 세게 밟았다. 그러니까 자전거의 중심을 잡기도 한결 수월해졌고, 어느새 자전거는 꽤 멀리까지 왔다. 나는 좀 자신감이 생겨서 뒤를 슬쩍 바라보았는데, 뒤에 아버지가 안 계셨다. 어라?


"우리 딸, 이제 혼자서도 잘 타네."


아버지께서 멀리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셨다. 언제부터 자전거에서 손을 떼셨는지 궁금했지만, 더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어느새 아파트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제 멈추고 싶은데, 도저히 자전거를 멈출 수가 없었다. 다시 두려운 마음이 생겼고, 나는 멈추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아파트를 두 바퀴 돌았다. 어쩐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전거에서 내리지 못하겠지.


나는 자전거 핸들을 꼭 쥐었다. 그리고 페달을 그만 돌리고 브레이크를 잡았다. 관성이 있어서 몸이 앞으로 쏠렸고 자전거가 옆으로 기우뚱해졌지만, 나는 가까스로 버텨냈다. 드디어 자전거가 멈췄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때 어렴풋이 알았다. 두려움에 맞서 무엇을 시작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무엇을 멈추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수, 토 연재
이전 16화패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