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0
아찔한 순간
(에피소드 20)
난 생각보다 겁이 많고 신중한 성격이다. 어른들이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하는 일은 웬만하면 하지 않았다. 나는 사실 그런 위험한 일은 위험하다는 사실만으로 관심 밖에 두었다. 아이들이 산비탈에서 커다란 뱀을 발견했을 때도,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아이들이 그 뱀을 향해 돌을 던지고 막대기로 쑤실 때도, 나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잠시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결혼하기 전까지도 깁스를 하거나 수술을 한 적이 없었다.
굳이 생각해 보면, 아이들과 시소를 타다가 손톱이 부러진 사건이 있었다. 동네친구들이 시소 양쪽에 앉아 오르락내리락할 때, 나는 시소 중간에 앉아 있었는데, 잠깐 방심한 사이 내 손톱이 시소의 틈에 끼어버렸던 것이다. 친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순간, 나는 비명을 질렀다. 손톱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려서,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손톱의 절반이 부러졌는데,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 않아서 너절하게 붙어있었다. 급히 집에 가서 소독을 했고, 심호흡을 하고 손톱깎이로 부러진 손톱을 잘라냈다. 몹시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에 비해서 내 남동생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좀 있었다. 갓난아기 때, 티브이 속의 음식을 향해 돌진하다가 이마가 찢어지기도 했었고, 녹슨 철심에 발가락이 찔려서 파상풍에 걸리기도 했었다. 언젠가 내가 친구와 놀이터에서 양쪽으로 마주 보고 앉아서 타는 그네를 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중에 매달린 그네의 지지대가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문제는 그 옆에 있던 내 동생의 가슴 위로 그 무겁고 단단한 지지대가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당시 내 동생은 그 충격으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나는 쓰러진 동생에게 괜찮냐고 말을 시켜보았지만, 괜찮을 리가 없었다. 서둘러 근처 평평한 곳에 눕히고 가슴을 가만히 만져보았고, 동생의 가슴에 귀를 대고 겨우 힘겹게 내쉬는 숨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렸던 기억이 난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사람마다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서로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있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우연히 그 아이와 아파트 옥상에서 마주쳤다. 아파트라고 해봤자 옥상까지 5층짜리 건물이었지만, 내게는 상당한 높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갑자기 그 아이가 시멘트로 된 옥상난간 위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겁도 없이 난간 위를 걷고 뛰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서, 위험하니 그만 내려오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아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으면서 난간에서 옥상 안쪽으로 폴짝 뛰어서 내려왔다.
우리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 다닐 즈음, 나는 피곤하고 너덜너덜한 몸으로 아기에게 바짝 붙어 다녔다. 혹시나 아기가 부딪히거나, 넘어지거나, 떨어질까 봐, 몹시 긴장한 상태로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너무 긴장했나 싶지만, 조그만 위험으로부터도 아기를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사고는 예방이 최선이다. 뭐니 뭐니 해도 안전이 제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