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백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는지
백일을 향해갈수록 산삼이는 밤에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맘마도 모유와 분유 가리지 않고 잘 먹어주어서 몸무게, 키도 성장속도에 맞춰 영유아검진기준 상위권으로 쑥쑥 잘 커주었다.
이때 산삼이는 한창 뒤집기 연습에 빠져있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몸을 뒤집고 싶어 하는 의욕에 비해 몸이 뒤집히질 않아서 수시로 하찮은 짜증을 내고는 했다.
졸린데 뒤집고 싶지만 뒤집히지 않는 몸뚱이에 짜증 내면서 우는 것과, 유독 배고픔을 참지 못해 우렁차게 울어 엄마 혼을 쏘옥 빼놓는 것 말고는 크게 힘들게 하는 부분이 따로 없어서 정말 혼자서 잘 커준다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우리의 첫 육아는 나름 꽤(?) 순항 중이었다.
아기를 낳아 육아를 시작해 보니 나의 육아목표는 '우리 아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우기'로 정해졌는데, 백일 때 삼신상을 차리면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큰다는 글을 읽어 아기가 백일이 되는 날 새벽, 나물반찬과 미역국을 만들고 상을 두는 방향까지 찾아 떨리는 목소리로 축문을 읽으며 삼신께 산삼이의 건강을 빌었던 기억이 난다.
첫 아이라 열정도 의욕도 넘칠 때라 백일상에 올라가는 경단도 직접 팥 넣어가며 빚었는데
고생한 것에 비해 맛은 없어서 내 요리실력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며 두 번은 없다 다짐했었다.
(이것도 성격인지라 매번 다짐만 반복한다.)
첫 아이, 첫 손주, 첫 백일은 우리 부부를 포함한 양가 모두에게 기쁨이 가득한 날이었다.
ps.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고 낳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욕심은 어쩔 수 없는 걸까.
욕심을 조금만 더 부려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