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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회사 내 갑과 을 관계

평범한 듯 아닌듯한 회사생활 이야기

by 로건

오늘 드디어 4번째 회사로 이직 후 첫 출근이다.


이제 정말 정착 할 회사라고 생각하고 기분좋게 출근했다.


전 직장에서는 전국 설치현장을 다니다 보니 '시공사'는 갑이었고 나는 '을'이었다.


'을'이었을 때 서러움이 많았는데 이번 회사는 위에 아무도 없는 '갑'인 회사였다.


사무실 문을려고 들어가서


첫 팀원들을 만나는 순간 앞날이 아득했다.


왜냐하면 5명으로 구성된 팀원을 한 명씩 만나보니 차장 2명 부장 3명으로 이뤄진 팀이었다.


내가 막내라니


전 직장에서는 그래도 내 아래로 수두룩 했는데


순간 이런 회사가 있는 게 거짓말이 아닌가 현실 부정을 잠깐 했다.


'이건 아니다 나도 10년이 넘었는데 다시 막내 생활이라니 어쩐지 연봉이 너무 높았다.'


'속은 거 같은데 안 다닌다고 할 수도 없고 만감이 교차했다'


그 순간 바로 윗사수라면서 김 차장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이 과장 나는 김 차장이라고 해 드디어 15년 만에 막내 탈출이네"


" 어디 갈 생각 하지 말고 앞으로 우리 잘해보자고"


"본인 업무 외 막내 일 잘 맡아서 해줘. 앞으로 잘 부탁해'


이 말을 듣는 순간 표정관리가 안 됐나 보다. 김 차장이 나한테 다시 말했다.


"어디 속이 안 좋아? 표정이 많이 피곤해 보이네"


나는 김 차장에게 차장 2명에 부장 3명인 조직이 어딨 냐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아 첫 출근이라 떨려서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차장과 이야기가 끝나고 팀장이 면담을 하자고 했다.


수많은 이야기를 해줬는데 기억이 안 났다.


딱 몇 가지 이야기만 기억에 남았다.


그 이유는 팀장이 말하길


"이 팀 구성이 특이하지? 팀장을 하거나 해외로 나갔다 온사람들로 구성이 된 팀이야"


" 아! 그리고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사람들이 대다수지"


"그러다 보니 이 과장이랑 나이 차이가 좀 있을 거야 그나마 김 차장이 나이차이가 제일 안 날 거야"


"이 과장이 88년생이고 김 차장이 76년생이니깐 딱 띠동갑이네"


"딱 좋네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아 띠동갑이라니 이 팀의 구성에 알면 알수록 신기했다.


사실 전 직장에서 88년생이 딱 애매한 경계선이었다.


MZ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듯했고 기성세대와 MZ세대 중간에 끼여 있다 보니


후배들이 장난식으로 '젊은 꼰대'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나는 후배들에게 '나 때는 어쨌다 저쨌다'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혹시 '상사 지시를 받고 후배에게 이야기를 할 때 무의적으로 했으려나'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팀장과 면담을 하는 잠깐 사이의 머릿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했다.


팀장과 면담이 끝나자마자 백 부장이 부른다.


어김없이 자기소개를 한다.


"반갑네 나는 유럽 주재원에 10년 있다가 몇 년 전에 귀국해서 이 팀으로 왔어"


"나 때는 말이야 이 과장 직급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했는데 퇴근시간이라 내일 이야기해 줄게"


순간 나는 퇴근 시간에 감사했다.


그리고 백 부장에게 진심 없는 소리를 했다.


"잘 부탁드리고 내일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백 부장은 기분이 좋았는지


"술 좋아하나? 내가 알려주면 저녁에 술 한잔 사야 돼"


술 한잔이라니 속으로 '절대 안할꺼다'라고 생각하면서


밝은 표정으로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아서 업무 셋팅을 하려고 했다.


근데 5분도 안돼서 나머지 간단한 인사를 했던 사람들이 우르르 와서 줄 서있는 게 아닌가


그때 팀장이 이야기했다


"앞으로 이야기할 시간도 많은데 이 과장 자리 세팅 좀 하게 나머지 사람들은 제자리로 가시죠"


이 말을 들은 나머지 사람들은 '내일 이야기하자'라고 말하며 제자지로 갔다.


근데 한 명이 남아있었다.


바로 내 윗 사수 김 차장이었다.


김 차장은 어서 빨리 막내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당장 내일 아침에 해줘야 하는 걸 알려줬다.


"우리 팀은 아침에 명상 시간을 갖다 보니 5분 명상 잘 찾아봐"라고 말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기존에 틀거나 정해진 것들이 있나요?"


김 차장은 나에게 말했다.


"그런 거 없어 이 과장의 센스를 믿을게 파이팅"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상사와의 관계에서 상사는 '갑' 나는'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 직장에서 '을'이라는게 싫었는데


지금 회사에서는 '을'에 대해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여기에서도 나는 '을'이었다.


첫날 출근 여러 군데 회사를 다녀봤지만


지금의 회사는 앞으로 스펙터클 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일이 다음날 출근하니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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