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듯 아닌듯한 회사생활이야기
다음날 출근한 지 이틀째다.
아침 8시까지 출근이기 때문에 7시 반까지 도착했다.
근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제 분명 첫 출근에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한 명 빼고 모든 인원이 생각보다 일찍 출근해 있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서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다.
그때 김 차장이 나를 툭툭 치면서 탕비실로 부른다.
"이 과장 어제 왔는데 타이밍이 참 안좋아 팀 내 이슈가 생겼어"
"아 이런 것까지 이야기해야 하나 서서히 알아가면 되는데"
"어차피 알 거 내가 말해줄게"
나는 김 차장 혼자서 질문하고 답하는 사이 가만히 있었다.
과거 회사를 다니면서도 느꼈지만 회사생활은 입이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입사원 시절 말 한번 잘못해서 내 이야기가 눈덩이처럼 커져 돌고 돌아
내가 들을땐 마치 남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만큼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신중해야 한다.
소문은 무섭기 때문이다.
경험이 있다 보니 가만히 듣고 있었던 거다.
근데 김 차장 자세히 보니 말하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같이 생활하면서 느꼈지만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하루가 지나지도 않았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알정도였다.
무튼 김 차장이 말했다.
"이 과장이 오기 한 달 전 누가 우리 팀장이 업무태만이라고 감사팀에 제보했다는 거야"
"근데 중요한 건 그 감사팀에 보낸 메일 내용을 팀장이 미리 알고 있었어"
"그래서 감사팀에게 미리 소명을 했지"
"근데 이 과장이 출근한 첫날 먼저 칼퇴근했잖아?"
"갑자기 백 부장이 팀장에게 면담 요청을 하더라고"
"우리 사무실이 방음이 잘 안 돼서 자세히 들어보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 백 부장이 골프동호회를 다니는데"
"거기서 술을 마시고 감사팀에 팀장을 근무태만으로 제보했다는 거야"
"중요한 건 그 동호회 사람 중 팀장과 입사 동기가 있었던 거지"
"바로 우리 팀장에게 전화해서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해줘서"
"팀장이 바로 감사팀에 해명했더라고"
"모든 이야기를 백 부장이 자백하면서 용서를 구했고 팀장 언성이 좀 높았는데"
"정년 얼마 안 남았고 서로 앞으로 잘해보자고 하면서 마무리됐어"
"근데 깨진 유리 다시 붙인다고 새것처럼 되겠니? 앙금이 분명 남아있고 의심하는 거지"
"그래서 오늘 분위기가 좀 그렇네 이해해 주고 5분 명상은 준비해 왔지?"
전반적인 내용을 들으니 마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이 상황에 김 차장은 5분 명상을 챙기는데 지금부터 처신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예상은 팀장이 백 부장을 다른 곳으로 보내줄 알았다.
그런데 용서하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다니 예상외 결정에 의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연말이 되었을 때 결국 본인이 자발적으로 떠나게 됐다.
분위기라는 게 참 무섭다는 걸 느꼈다.
무튼 김 차장이랑 10분 정도 탕비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조용히 장 부장이 들어온다.
장 부장은 팀장 다음으로 직책을 갖고 있다.
첫날 몇 마디 못 나눴는데 들어오자마자
"명상 시간이니 회의실로 오세요"라고 말했다
말이 빠르고 언성이 높은걸 보니 장 부장도 성격이 급한 것 같다.
나중에 보니 장 부장은 철저한 종교인이었다.
종교이야기를 할때면 상당히 말이 부드러워지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업무 외 종교에 대한 고민이 생길 줄은 몰랐다.
무튼 김 차장이 말했다.
"네 장 부장님 오늘 이 과장이 자발적으로 5분 명상을 골라봤다고 합니다 가시죠"
나는 당황했다 '내가 언제요?'라고 표정을 짓기도 전에
장 부장이 바로 말했다
'오 센스가 있어 나 때는 이 과장 시절에 상사 눈빛만 봐도 알았다고"
"센스 있는 게 업무보다 중요하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또 과거 이야기인가 그래도 웃으면서 말했다
"가시죠 5분 클래식 버전으로 준비했습니다. 좋아하실지 모르겠네요"
그러면서 김 차장과 장 부장 함께 회의실을 들어갔다.
확실히 어제와 다른 분위기가 공기 중에서 느껴졌다.
나는 말했다.
"명상 틀겠습니다"
5분 정도 명상을 하고 나서 팀장이 말했다
"아니 왜 이 과장이 하나? 원래 김 차장이 했잖아?"
김 차장이 이야기했다
"어제 첫날인데 일부 인수인계를 해주는데 명상 이야기를 했더니 이 과장이 하고 싶다고 해서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를 보면서 눈빛으로 무언의 오케이 표시를 보낸다.
나는 말했다
"네 맞습니다. 제가 해보고 싶다고 싶다고 했는데 좋았는지 모르겠네요"
팀장은 '클래식 5분 명상 좋았고 앞으로 다양한 5분 명상을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할게'라고 말했다.
이 팀은 왜 이리 기대를 많이 하는지 출근 둘째 날부터 업무 외 내 업무가 생기기 시작했다.
5분 명상이 끝나도 백 부장은 말이 없었다.
다만 눈치를 보는 느낌이 들었고 팀장은 백 부장에게 이것저것 업무적인 걸 물어보면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사람이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처럼 행동하기란 참으로 힘든 것 같다.
백 부장도 대답은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회의가 끝나고 백 부장에 나를 담배 피우는 곳으로 부른다.
따라가니 백 부장이 한숨을 쉬며 이야기한다.
"이 과장도 잘 알겠지만 입조심해 잘 모르겠지만 나랑 팀장 사이에 안 좋은 소문이 나서 껄꺼러워"
"궁금하겠지만 나중에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자고 오늘 시간 되나?"
나는 뭐라고 변명을 하기 전에 백 부장이 말했다
"오늘 일 없지 뭐가 있겠어 퇴근하고 술 한잔 하자 이 과장과 나만"
나는 이미 김 차장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백 부장이 말했다
"여기 근처에 맛있는 맛집 있으니 내가 이번에 살 테니 주소 보낼게 몰래 눈치껏 나와"
나는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5시 퇴근 후 보내주신 곳에서 뵙겠습니다"
그리고 사무실 내 자리로 갔다.
둘째 날 출근인데 업무파악과 하기도 전에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보니 내 업무보다 막내일이 더 많았다.
눈치껏 알아서 행동해야헸다.
어찌 됐든 사무실에서 PC셋팅을 하고 자리 정리를 하다 보니 팀장이 부른다.
속으로 '백 부장이 따로 나를 부르는 걸 봤나'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팀장이 나를 떠본다.
"이 과장 백 부장이랑 담배 피우러 갔다 왔나?"
나는 말했다.
"네 화장실 갈 때 만나서 같이 이야기 좀 하고 왔습니다"
팀장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순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팀장에게
"백 부장이 회사 생활 할 때 필요한 거 있으면 본인에게 물어보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팀장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이제 이틀째 출근인데 아직 성향도 모르니 경계하는 눈치였다.
팀장은 다시 "그래 혹시나 백부장이라 이야기하다가 나한테도 말할 내용이 있으면 따로 와서 편하게 말해도 되네"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속으로 '편하게 이야기할 내용도 있겠지만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면 말하는 거라는구나'라고 바로 캐치했다.
그렇게 팀장과 이야기를 끝내고 다시 내 자리를 오니 오전 10시였다.
기분은 퇴근 시간인 것 같은데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 듣다가 오늘 일과도 끝날 거 같다.
육체적으로 힘듦보다 정신적인 힘듦이 온다고 생각할 때
어김없이 김 차장이 조용히 나를 부른다.
속으로 나는 대체 언제 업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김 차장은 나에게 백 부장이랑 팀장이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본다
마치 일을 하고 있는데 귀는 주변이야기를 다 듣고 있는 듯했다.
김 차장에게 이야기했다.
"백부장님, 팀장님 모두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이 말들 들은 김 차장은
"나한테도 궁금한 거나 들은 거 있으면 말해 나 입무거워서 나만 알고 있으니"
"믿어도 돼"
나는 속으로 '절대 말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면서
"네 감사합니다 무슨 일 있으면 이야기할게요"
"이만 제자리로 가볼게요" 말했다.
김 차장은 갑자기 다시 나를 잡더니 말했다
"내가 이 과장 회사 생활 도움되라고 백 부장, 장 부장, 팀장, 마차장에 대해서 이야기해 줄게"
"오늘 저녁 어때?"
30분 전에 백부장이라 저녁약속을 잡았는데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말했다
"아 오늘 선약이 있는데 죄송합니다. 조만간 시간 다시 잡으시죠"라고 말하고 바로 자리로 갔다
김 차장은 잠시 나를 부르다가 장 부장 호출에 자리로 갔다.
드디어 자리에 앉아서 기본적인 세팅을 마무리하고 이메일을 물어보니
김 차장이 업무 인수인계 ZIP 파일이 보였다.
얼마나 막내 탈출이 하고 싶었으면 메일 상에 하고 싶은 말을 많이도 써놨다.
대충 읽어보고 업무 파악을 했다.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됐고
어김없이 김 차장 호출이 있었다.
"점심을 나가서 먹을 때는 필히 3개 정도 식당을 알아보고 알려줘"
"아 그리고 미리 예약하는데 음식까지 예약해야 되니 팀원들한테 물어보고"
"최종결정은 팀장한테 알지?"
나는 속으로 식당 예약도 장난 아니구나 때려칠까 순간 고민했다.
그래도 현실을 직시해야 하니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오늘은 내가 다 예약했으니 앞으로는 내가 말한 대로 하면 돼"
"윗사수 잘 만난 거야 이 과장"
김 차장은 본인이 한 일에 생색을 낸다.
나는 웃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점심을 먹고 복귀해서 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고 저녁 5시가 되어 퇴근을 했다.
백 부장이 말한 식당을 가보니 인당 1만 5천 원 내고 술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고기는 돈을 받는데 술이 무제한이라니 오늘 얼마나 먹으려고 하나
더군다나 화요일인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부른다.
김 차장이었다.
아니 백 부장이 아니고 김 차장이 부르니 나는 놀랬다.
김 차장은 놀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이 과장 섭섭해 백부장님이랑 둘이서만 저녁 먹으려고"
"나한테 숨기면 안 돼 나는 다 알아"
그러면서 다시 한번 나를 보면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인다
나는 말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백부장님이 오늘은 다른 사람 말고 저랑만 먹자고 신신당부하셔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죄송해요"
김 차장이 말했다.
"나도 알아 그냥 해본 소리고 백 부장에게 내가 오늘 밥 먹자고 했어 아마 마음이 상당히 안 좋을 거야"
"내가 말해줘서 알고 있지?"
"그랬더니 백 부장이 이 과장이랑 먹기로 했는데 같이 먹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온 거야"
나는 이 말을 듣고 이 회사는 비밀이 없구나 정말 입조심해야겠다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백 부장과 김 차장 함께 저녁을 먹어보니 술고래들이었다.
그리고 백 부장과 김 차장 모두 본인들 하고 싶은 말들을 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었다.
김 차장은 한 글자도 안 빼먹고 열심히 들으면서 호응도 해주며
김 차장 본인이 들은 이야기를 또 백 부장에게 열심히 말했다.
마치 백 부장은 답답했던 내용을 하소연하고
김 차장은 열심히 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소재를 열심히 모으는 느낌 었다.
이 날 각자 소주 3명씩 먹고 집에 갔다.
집 가는 전철 안에서 '앞으로 이 회사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전략을 세웠다.
양다리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