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듯 아닌듯한 회사생활 이야기
다음날 이 차장이 박 부장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그날 다 끝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때쯤
이 차장이 성희롱으로 감사팀에 제보했다고 한다
박 부장은 정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당황스러워한다
근데 중요한 건 감사팀의 반응이다.
또 '이 차장이야?'라는 표정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상습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성희롱 당했다고
프레임을 씌워 퇴사를 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정말 괴롭히는 방법도 다양하다.
역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한차례 소동이 지나가고 오후에 따로 이 차장이 나를 부른다.
순간 '설마 내가 타깃이 된 건가'라는 긴장을 하게 되었다.
등골의 오싹함을 느끼면서 탕비실로 갔다.
이 차장이 웃으면서 반긴다.
속내를 모르니 수많은 생각을 했다.
이 차장이 말한다
"이 과장 잘 부탁해! 내가 온 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니깐"
"설마 소문 같은 거 믿는 거 아니지?"
"나 그런 사람 아니야"
"앞으로 내 일 좀 많이 도와줘"
"아 그리고 어제 정 팀장님 말씀대로 이 과장 잘생겼어"
"부러워"
그리고는 탕비실을 나간다
나는 멍 때리다가 이 차장을 바라본다.
순간 머리속으로 '본인이 방금 말한 건 성희롱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탕비실을 열고 나가는 이 차장을 향해 " 알겠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사실 "제가요?"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괜히 꼬투리 잡혀 괴롭힘 당할까 봐 '알겠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나도 탕비실을 나오면서 '이 차장을 대할 때 대응 전략이 있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이 모습을 본 김 부장이 나를 부른다.
역시 안테나가 아직도 살아있다.
김 부장이 말한다
"이 차장이 뭐라는데?"
나는 말했다
"본인이 아직 아는 게 많이 없어 도와달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김 부장이 화를 낸다.
"도와 달라는 핑계로 일을 전부 이 과장에게 넘기려고 하는 거 아냐!?"
그러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본인이 생각해 둔 게 있다고 한다.
내심 걱정된다.
또 다른 무슨 일이 있을지
그런데 걱정이 곧 현실이 됐다.
이 차장이 자주 성희롱에 대해 감사팀에 접수하다 보니
인사팀에서도 논란이 많았고
결국 타 사업장으로 발령을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이때 가장 큰 기여를 한 게 김 부장이었던 거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짧은 시간 내에 인사팀과 감사팀에 아는 지인을 통해서
현재 우리 팀의 문제점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다시 한번 회사생활에 있어 인맥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회사 업무를 하면서
인맥으로 쉽게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무튼 이 차장의 발령 소식은 이 차장의 귀에도 들어갔고
정 팀장에게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정 팀장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 같다.
이 차장이 정 팀장 업무스타일을 잘 알기에 같이 넘어왔는데
이번 건은 너무 크다 보니 정 팀장이 이 차장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한다.
결국 한 달 뒤 이 차장은 다른 사업장으로 발령받아 떠나게 됐다.
이 차장이 떠난 날
박 부장, 백 부장, 김 부장, 마차장, 장 부장 등 다 함께 회식을 하면서
이 차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이 차장에 대해 알기도 전에 다른 데로 발령이 나서 아는 건 많이 없다.
그래도 모두가 속이 시원하다며 좋아하는 눈치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
잠깐 팀 분위기가 어수선 했지만 내일부터는 다시 평범한 회사 생활 일 꺼라고 생각했다.
과연 평범한 회사 생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