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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회사 생활 배려는 필요할까?

평범한 듯 아닌듯한 회사생활 이야기

by 로건

회사 생활을 함에 있어 말조심과 함께 조심해야 하는 게 업무적 배려라고 생각한다.


한 번은 박 부장이 엑셀 업무로 어려워한 적이 있다.


그래서 평소 도움을 받았기에 엑셀 업무를 도와줬다.


이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엑셀 업무를 도와주니


박 부장이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고마워"


"내일 맛있는 커피 한잔 살게"


이후로 몇 번 더 도움을 요청해서 도와줬다.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비슷하거나 같은 문제인데 매번 동일한 걸 요청하는 거였다.


그래도 3번 정도는 참고 도와줬다.


그러던 어느 날 정 팀장이 불렀다.


"이 과장 박 부장이 엑셀로 정리하던 거 이 과장이 한 거라며?"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라고 박 부장이 이야기하던데"


"그냥 이 과장이 맡아서 해봐"


나는 순간 당황했다.


박 부장이 요청했던 엑셀업무는 박 부장 전체 업무로 봤을 때 일부분이다.


근데 엑셀 한번 도와 준걸로 그 큰 업무를 해보라고 하다니


당황했지만 정 팀장에게 말했다.


"정 팀장님 엑셀 정리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전체 업무로 봤을 때는 엑셀정리는 사전 파악 및 다른 팀원 내용을 종합해야 합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렇다면 기존 업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고민을 하더니 말했다.


"그래?"


"박 부장이 이야기했던 것보다 업무가 많구나"


"이 과장에게 말하길 잘했네"


"알았어 우선 기존대로 하자고"


나는 정 팀장의 말을 듣고 자리로 왔다.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박 부장이 괜히 얄미웠다.


'나는 정말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도와줬는데 역 이용해서 업무를 넘기려고 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또 박 부장이 부른다.


역시 엑셀 관련해서 물어보는 거였다.


"이 과장 매번 부탁해서 미안해"


"이거 어떻게 하는 거라고 했지?"


순간 욱했지만 참고 해준 뒤 말했다.


"박 부장님 제가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바쁘네요"


"메일로 하는 방법을 알려드릴 테니 참고하시면 될듯합니다"


박 부장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그래 알았어 고마워 이 과장"이라고 말했다.


나도 심보가 고약한 것 같다.


한번 마음이 삐뚤어지니 괜히 메일로 순순히 보내주기 싫었다.


그래서 엑셀을 꼬아서 복잡하게 하여 보내줬다.


시간이 지난 후 어느 날


박 부장이 다시 나를 부른다.


때마침 나는 현장 점검을 해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 부장이 재차 불렀지만 무시하고 나갔다.


몇 번 더 그러니 박 부장이 눈치를 챈 것 같다.


한동안 부르지 않고 나에 대해 다른 사람한테 섭섭하다고 한 것 같다.


팀 내 모든 걸 알려주는 김 부장이 살짝 와서 이야기한다


"이 과장 혹시 그거 알아?"


나는 물었다


"어떤 걸 말씀하시나요?"


김 부장이 말한다.


"아 요즘 박 부장이 이 과장 이야기를 하고 다녀 섭섭하다는 등"


"근데 우린 알지 다 봤으니깐 이 과장이 얼마나 잘해줬는데"


"내가 다 봤어 같은 걸로 몇 번을 부르고"


"나 같으면 한판 붙었어 적당히 하라고"


"이 과장이니깐 그렇게 참은 거지"


"무튼 그래서 내가 사람들한테 이 과장 대신 대변했다니깐"


"이 과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괜한 사람 오해하지 말라고"


"나랑 있으면 이 과장 회사 생활하면서 이상한 소문 안나"


나는 '감사하다'라고 했다.


근데 김 부장도 본인에게 섭섭하면 주변에 다 말하는 사람인 걸 안다.


과거에도 몇 번 그런 적이 있는데 워낙 사람들을 많이 알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성향을 알기에


김 부장에게는 바로 섭섭한 게 있으면 말하고 풀었다.


그러다 보니 김 부장도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해줬다.


가끔 손해 본다고 생각하지만 회사 생활 전체로 봤을 때는 득이 되는 게 많다.


무튼 김 부장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자리로 와서 앉았다.


갑자기 정 팀장이 부른다.


정 팀장이 말한다.


"이 과장 요즘 힘들지?"


순간 나는 '이 불안한 느낌은 뭘까?'라고 생각할 때쯤


정 팀장이 바로 말한다.


"장 부장 정년이 1년밖에 안 남았잖아."


"근데 지금 하는 일이 힘든가 봐"


"조금 업무 조정을 해달라고 하네"


"정년 얼마 안 남은 사람 배려 해준다 생각해고 이 과장이 하면 어때?"


순간 나는 어이가 없었다.


배려는 내가 여유가 있을 때 조금 도와주는 거지


전체 업무를 나보고 다하라는 이 황당한 이야기는 뭐지?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정 팀장이 또 말한다.


"올해 고과 잘 주고 지금 배워두면 나중에 다 써먹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럼 업무 그렇게 조정하는 걸로 할게"


나는 사실 박 부장의 업무를 했던 사람이다 하다가 박 부장에게 준 건데


정 팀장은 과거 이야기를 모르니 대충 둘러대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팀장 지시 사항이고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 자리로 왔다.


순간 받은 업무 펑크내서 문제라도 생기게 할까?


아니면 정말 열심히 해서 올해 고과는 S를 받아볼까?


근데 연말에 가서 다른 트집으로 안주면 어쩌지?


여러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일단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 이후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웬만하면 오지랖 넓게


배려라는 걸 하지 않는다.


정말 내 업무만을 몰입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배려가 아니라 협조를 통해 팀원 간의 업무 수행을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한 가지 생각한 게 있다.


회사 생활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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