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진심이고 싶어요
나는 어디에서나 솔직한 편이지만,
특히 글에 있어서 만큼은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불특정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직설적인 표현들을 고르고 고른다.
이전에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쓸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글을 보면, 사람들이 나를 조금 더 편하게 이해하지 않을까 싶어
주소를 슬쩍 공유하곤 했다.
그랬더니 친한 친구가,
나를 사실적으로 표현해서 놀랬다고,
자기는 일기에는 쓸 수 있지만, 누가 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쉽사리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하도 퍼트리고 다녔는지,
만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잘 읽고 있다며,
"이런 사람이죠?" 하는 말에, 왜인지 마음이 살짝 굳어버렸다.
그 글을 쓸 땐 내가 그런 모습이었겠지만,
내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자의식은 글 한 편으로 대변될 수 없기 때문에.
나와 친해지고자 글을 세세하게 읽은 것이겠지만,
아직 마음을 열지 않았는데, 나를 다 아는 듯 말하는 게 묘하게 불편했다.
그럼에도 나는, 또 나를 쓴다.
언제까지 계속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내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다.
예전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 솔직함의 방향이
조금 더 나를 향하고 있는 것 같다.
타인과의 관계보다
나와의 관계에 좀 더 귀 기울이기 위해서.
나를 들여다보고 나면,
사람들과 있을 때
굳이 내가 이랬다 저랬다 말하지 않아도
조금 더 잘 듣게 되고,
상대의 감정을 상상해 볼 여유도 생긴다.
그리고 그 순간의 내 감정도
좀 더 차분하고 부드럽게 표현할 여유가 생긴다.
예전엔 정말 솔직한 게 최고인 줄 알았다.
앞에선 웃고, 뒤에선 욕하는 사람이 제일 싫었다.
가장 친한 친구라면
면전에서는 잘못됐다고 단호히 말하고,
남들 앞에서는 “그런 사람 아니다” 하고
감싸주는 게 진짜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 말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멀어진 사람도 있었고,
성향이 너무 달라
자연스럽게 멀어진 관계도 많았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좋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한 템포 쉬어간다.
그 사람이 어떤 결인지,
내 속도와 맞는지 찬찬히 지켜본다.
이미 괜찮은 사람들로
내 주변이 어느 정도 채워졌다는 안도감 덕일 수도 있지만,
괜히 성급하게 친해졌다가
나중에 멀어질 때의 곤란함을 알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속도는 느려도, 방향은 분명하다.
나는 천천히 나를 향해 가고 있다.
요즘은 누구나 자기 PR이 중요한 시대다.
유튜브든, 인스타든, 사람들과의 만남이든
결국은 ‘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로 이어지니까.
하지만 나는 그 흐름에서
슬쩍 한 걸음쯤 비켜서고 싶다.
나는 한 마디로 설명되기엔
조금 복잡한 사람이다.
시장에서 밥 해 먹는 게 좋지만, 가끔 배달 음식도 맛있고
재즈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라이크제니'를 들으며 도파민 뿜뿜한다.
책 읽고 글 쓰는 시간 소중하다면서도, 하루 스크린타임 5시간 넘기는 일도 꽤 많다.
이렇게 모순되고,
인간적인 나를
하나의 ‘이미지’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일까.
나는 점점, 눈에 띄지 않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사람들에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결이 보이는 듯하다.
예전부터,
‘조금 더 내려놓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무수히 말해왔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는 나.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