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째,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부여잡고.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
그렇지. 퇴사하고 허구언날 집에만 있던 집순이가,
일주일 넘게 매일같이 밖을 나돌았으니, 안 지치고 배기겠냐며.
그래도 어쩌겠어요.
D-DAY 3.
열심히 버텨야 합니다.
그렇게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따라
아이콘 시암으로 이동.
들어가자마자 눈이 돌아갑니다.
먹을 것 천지라니..
터미널 21에서 했던 것처럼
타깃을 정하기 위해 한 바퀴 돌아주고,
딤섬, 왕오징어, 새우꼬지를 픽.
테이블이 군데군데 있어
자리 비었나 확인 후 착석.
진귀한 각양각색의 인종이 모여 있는 현장.
수박주스 원샷해주고, 허겁지겁 먹고 나니
배가 부릅니다.
아이콘 시암, 시암 파라곤...
쇼핑하는 사람들에겐 천국이라던데,
배가 찬 저는 갈 곳을 잃은 눈동자로 허공만 응시 중.
‘이건 아니다’ 싶어 핸드드립 커피를 검색합니다.
걸어서 8분 거리, 평점 4.9에 빛나는 카페 발견.
곧장 이동합니다.
Solid coffee&bar.
아이콘 시암 옆 골목에 있어, 찾기 쉬웠어요.
들어서자마자 호스트의 친절에 녹아내림.
세세하게 설명해 주고, 따뜻하게 맞아줍니다.
그렇죠, 이런 게 바로 제가 원했던 거거든요.
아이콘 시암에서 사람에 치였던 저에게
커피도 맛있고, 조용한 이 공간이야말로
천국이었습니다.
그러다 유튜브를 보는데,
제 마음을 읽혀버린 건지..
마이크 부블레의 'Home' 쇼츠가..
하... 저 진짜 집에 가고 싶은데여..
왜 여행 기간을 이렇게 길게 잡았을까.
후회가 급속도로 몰려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돌아갈 날은 아직 36시간 넘게 남았고,
좀 더 즐겁게 버텨보는 수밖에요.
'그럼 어딜 가지?' 고민하다가,
저번 방콕 여행 때 스쳐보지도 못했던 방콕 왕궁이 떠올랐습니다.
야경이 더 멋지다던데…
시간을 축내야 하는 저로서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내려주는 대로 "코쿤카~ 코쿤카~" 인사했더니
웬걸, 왓 아룬 사원 가는 선착장입니다?
배를 탈 생각은 없었는데요.
친히 이런 기회를 부여해 주신다면,
응하는 것이 당연지사.
그렇게 작은 여객선을 타고 왓아룬으로 고고 (35밧)
도착하니, 세상에 공주님들 총집합.
전 세계 공주들이 다 모여 있는 줄 알았어요.
전통의상 체험으로 사진 찍는 분위기가 한창.
친구랑 왔으면 저도 슬쩍 서성여봤을 텐데…
지금은 그럴 에너지도, 용기도 없습니다.
한 땀 한 땀 새긴 듯한 왓 아룬의 건축물에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답니다.
덥고, 습하고, 에너지 20% 상태로
돌아가는 배를 기다리며,
‘내가 과연 왕궁까지 갈 수 있을까…’ 했는데,
오.
다행히 문 닫혔네요.
그럼 숙소로 가야쥬.
아니, 이게 이렇게 좋을 일인가요?
집으로 곧장 갑니다.
오늘 밤은 그냥, 한국에서 하듯 자연스럽게
배달 앱을 켭니다.
그랩푸드. 타코벨. 주문 완료.
혼자 유튜브로 '지락실'을 보며,
타코벨 세트를 흡입합니다.
와... 시나몬 롤은 꼭 드셔주세요..
왜 남기고 왔지.. 나..
그러다 문득 창밖을 보니,
비는 안 오고, 천둥번개가..
영화 한 장면처럼 쾅쾅.
역시, 이런 날은 집에 있는 게 상책이죠.
저 진짜,
집에 가고 싶어요.
땡벌 땡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