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차에 와서야 방콕의 회포를 풀어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왜 이리 화창한지.
얘네도 아나 봐요.
제가 방콕에 왜 왔는지를요.
또 이사를 갑니다.
12일 있으면서 무슨 숙소를 두 번이나 바꾸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제가 오늘을 위해 방콕행 비행기를 탔다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몇 년 전,
'소 방콕'의 뷰를 잊지 못해. 그 뒤로 방콕앓이를 앓았고,
이번에 또 오게 된다면 꼭 묵자는 생각이 간절했죠.
치앙마이라도 가볼까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캐리어 끌고 다른 도시를 옮겨 다닐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정했죠.
방콕에서, 내 입맛대로 숙소 탐방이나 하자.
그리고 드디어 오늘!
저는 '소 방콕'으로 갑니다.
거기가 어떻기에 제가 이러냐면요...
이런 뷰입니다. 맨해튼 센트럴 파크 뺨치는 룸피니 공원 뷰.
이러려고 제가 방콕을 왔거등요.
혼자 호텔에 묵는다는 게 가격적으로 부담도 있었지만,
한국 가면 분명 100% 후회할 걸 알기에
조식까지 야무지게 추가했어요.
체크인까진 시간이 좀 남아서,
짐을 맡기고 제가 애정해 마지않는 '행춘생'으로 향합니다.
그냥 로컬 고기국숫집인데, 이상하게 ‘한국 맛’이 납니다.
한 유튜버 여성분이 여기 갔다가
너무 맛있어서 3일 연속으로 방문했다는 곳이기도 하고요.
저번엔 여기 오는 길에 지하철역 근처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쥐를 보고 기겁했지만,
맛으로 모든 기억이 덮였던 곳.
이번엔 오토바이 택시 타고 가니,
두려울 것도 없었습니다.
역시나 친절한 사장님,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맛.
진짜... 흡입. 고기 추가. (꼭 스지, 곱창 추가하세요. 한국 가격으로는 상상 불가)
한 입 먹자마자, ‘아, 내가 이러려고 왔지.’
꼭 가보셔야 합니다...
(그런데요. 제 몸이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기 2일 전인데…
혹시 이것 때문이었을까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아니어도… 전 또 갈 거예요. 여하튼 폭풍 전야였어요.)
다 먹고 정리하려는데,
복권 언니가 테이블마다 돌면서 한 번 뽑아보라 하더라고요.
‘설마 나한테 오겠어’ 했는데,
그녀가 갑자기 제 앞에 섰습니다.
유창한 태국어로 복권을 사라는 눈빛.
"저 태국인이 아니라 태국어를 몰라요... 그리고 사도 무용지물이에요ㅠ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도 영어를 못 알아듣고, 저도 태국어를 못 알아들으니...
그냥 눈빛만 주고받다 서로 빵 터졌습니다.
우리는... 소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도 정겹게 손 흔들며 안녕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너무 시킨 나머지, 현금이 부족하다는 걸요.
귀국 이틀 전인데, 돈을 시장놀이하듯 써버렸던 저는...
커피집에 가며 ‘카드 가능하길’ 기도했어요.
근처라 걷기만 했는데 땀은 줄줄. 카페 안은 그야말로 천국.
메뉴를 보니, 아메리카노 65밧. 제 지갑 속엔 63밧.
‘망했다…’ 싶은 찰나,
사장님은 괜찮다며 쿨하게 받아주십니다.
아... 내가 더 미안한 이 느낌은 뭐죠.
사장님… 좋은 사람… 친절한 사람…
다짐합니다. ‘돈을 아껴 쓰자. 돈을 잘 뽑아 다니자.’
호텔로 돌아오니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원래는 워터룸에 묵고 싶었지만,
루프탑 바 공사로 소음이 어마무시하다는 후기에 메탈 룸으로 변경. (1605호)
근데 여기도 뷰가 어마어마합니다.
이러려고 왔지 – 세 번째.
여긴 수영장이 끝판왕이거든요. 들러서 또 한 번 넋 놓고 감상합니다.
진짜 센트럴 파크 뷰 못지않쥬?
수영장은 좋아하지만 수영은 싫어하는 나.
그나마 할 줄 아는 건 배영, 그것도 5분 정도. 결국 반신욕으로 마무리합니다.
저녁엔 알게 된 동생과 함께 통로 쪽 해산물 맛집으로 이동.
가격은 좀 어마어마한데, 한국 연예인도 많이 왔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진짜 꽂힌 건,
새우도 아니고, 호래기 튀김도 아니고, 볶음밥도 아니고 —
저 빵.
저 빵... 지금도 그 맛이 생생합니다.
또 먹고 싶어요. 한국에서 먹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요.
마지막 코스는 재즈바. The Iron Fairies
공연 무대가 이렇게 화려할 수가! 그런데 손님은 총 4명... 흠...
가운데 자리 권유를 정중히 사양하고, 가장자리로 살포시 착석.
밖엔 비가 쏟아지고, 우비 쓰고 기타 멘 보컬이 등장.
멋지다. 힙함 그 잡채.
그리고 들려온 그의 ‘Creep’ 라이브.
저는 이제 자러 갑니다.
순간이동 완료.
꿈인가 싶습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