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먹은 음식, 전부 도로마불
집에 아무리 누워 있어도
도무지 결판이 안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했고,
체온을 재자 39.4도. 바로 격리 조치.
나는 도대체 어떻게 이 상태로 비행기를 탄 걸까.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어이없다고 해야 하나.
격리된 채로 독감 검사, 코로나 검사까지 풀코스로 진행한 뒤에야
일반 응급실로 옮겨졌다.
그러고 보면, 공항의 열화상 카메라 검열은 또 어떻게 통과한 걸까?
“태국 약은 세다”더니, 혹시 타이레놀 덕분인가? 참 미스터리다.
처음엔 링거 한 번 맞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이, 이건 입원해야 할 정도라고.
염증성 장염이 꽤 심각하단다.
엄마는 이미 집으로 돌아간 뒤였고,
우리 집엔 내가 밥을 줘야 하는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는데요...?
결국 다시 엄마 소환.
엄마, 미안해... 진짜 잘할게...
입원 후, 갑작스레 붙은 ‘금식’ 팻말.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링거를 네 개씩 맞아가며,
몸이 회복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회진 오시는 소화기내과 선생님은
“하루만 더 금식해 봅시다”를 3일 동안 말씀하셨고,
3일째엔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영양제 대왕 사이즈로 맞으며 버텼다.
그렇게 먹게 된 첫 끼는, 미음.
복부 CT를 찍고 나서야 알게 됐다.
장이 부을 대로 부었고,
임파선까지 다 올라와 있던 상태였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그나마 살길이었다고.
‘내가 이러려고 방콕을 갔나’,
‘도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쯤,
드디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보통 3~4일이면 낫는다는 장염으로
혼자 9일이나 입원한 끝에
다른 사람처럼 되어 퇴원할 수 있었다.
오만 생각이 다 들었는데,
3~4년 전 몸으로 돌아간 날 보며,
아, 그래도 러키비키잖아?
요즘은 돈 내고도 못 한다는 다이어트를
방콕에서 열심히 놀고,
죽다 살아나는 바람에,
살까지 빠지다니.
(곱창국수였는지, 닭 안심 사시미였는지, 그도 아니면 양갈비였는지…
너무 많이 먹어서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게 더 충격.)
그럼에도
이 여행,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결과적으로는... 강제 종료가 내 여행의 클라이맥스가 되어버렸지만,
뭐랄까, 나라는 인간다운 마무리였달까.
결론은, 그래도 난 또 태국에 갈 거라는 사실.
다만 다음엔— 약은 꼭 제대로 챙기고
유심 실수 없이 꽂고 여행자 보험도 빼먹지 않고
완벽하게 준비해서 다시 갈 예정이다.
그만큼 너무 좋았다.
혼자 자유도 만끽하고,
살짝 외롭기도 해 보고,
혼자 메뉴 4개도 시켜 먹어보고,
그리고... 심각한 장염으로 살도 빼보고.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던 방콕 여행기였습니다.
끝까지 함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언젠가, 어딘가의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