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 나 자신.

그 와중에 조식, 그 와중에 마사지

by 홍고롱


일어났는데 누워만 있고 싶은 기분.
이 덥고 습한 방콕이, 이렇게 추울 일인가요?


그런데도 저는 조식을 먹으러 갑니다.

아프면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장도 구루루루 거리지만,

냉방병일 거라는 확신.

(이것은 누굴 위한 착각이었을까.)


그 와중에 연어도 먹고, 수박주스도 마시고,

나 아프다며 죽까지 챙겨 먹은 나.

대단하다. 나 자신.


방에 들어와선 계속 잠만 잤다.

체크인할 때 레이트 체크아웃을 제안해 준

천사 같은 직원이 떠올랐다.


13시 체크아웃이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18시까지 더 묵는 걸 고민했다.
그런데 3천 밧이라니...

2천 밧까지만 각오했는데.


결국 억지로 몸을 일으켜
짐을 싸고, 로비에 맡겼다.


약국으로 가며 머릿속 시뮬레이션 시작.
"열이 나고 머리가 지끈거려요."
"추워요."
"장이 구루루루 거려요."


약사님은 심플하게 두 가지 약을 주셨다.
타이레놀, 그리고 장 약.

“이거면 됩니다.”


몸 상태는 더 심각한 것 같지만, 일단 수긍하고
알약을 한 입에 털어 넣는다.


출국 비행은 22시 55분.
현재 시각은 13시.
이제부터는 순전히 ‘버티기’의 시간이다.


갈 곳은 없고, 누워라도 있어야겠다.
그래서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그 와중에 마사지를 받겠다고—
대단하다. 나 자신 (2).


그렇게 간 Amber massage는 제 인생 마사지 샵이었다.

남성 마사지사를 추천해 주셨지만,
여성 선생님을 요청했다.


타이레놀 효과였을까.
아픔이 조금 가셨고,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마사지를 받고 나니 다시 현실.
시간은 한참 남았고,
몸은 여전히 안 좋고,
갈 곳은 없고,
카페는 춥고…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본다.
‘너 거기서 뭐 하고 있니…’


16시쯤, 드디어 한계가 왔다.
맡겨둔 짐을 찾아
볼트로 택시를 부른다.


아픈 몸을 이끌고 밖에 서 있으려니

정말 진이 다 빠지는데—
로비 직원분이 괜찮냐며,

자기도 같이 밖에서 기다려주겠다고 한다.


짐도 대신 챙겨주고,
“다음에도 꼭 방콕에 오세요” 하며 웃어주는데—

그 다정함에 마음이 조금 녹는다.

따뜻함을 품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택시 안은 또 왜 이렇게 춥니?
기사님께 말해본다.
“추운데… 에어컨 좀 약하게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랬더니,
에어컨을 줄여주시며, 인형 쿠션까지 내어주신다.
그걸 품에 안고,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새 공항 도착.

몸이 으슬으슬 떨려
약을 또 털어 넣고,
가방을 뒤져 옷을 겹겹이 껴입었다.

그래도 공항 안은 여전히 냉장고.


시간은 느릿하게 흐르고,
드디어— 보딩.


그 와중에도 배가 꼬르륵—
어쩌겠어요, 또 먹어야죠.
(정말이지, 뭘 그렇게도 많이 먹었니 나…)


햄치즈 파니니를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그걸 또 해치우고,

간신히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기절.


눈 떠보니,
세상에… 한국이다.


아프니까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이 이렇게 잘 갈 수가 있는지…
세상의 이치를 또 하나 터득합니다.


무사히, 비행은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이야기가 병실 침대 위 이야기일 줄은 꿈에도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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