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

알고리즘이 데려온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by 초록글씨

잊고 있었다.

무대인사 하는 츠마부키 사토시 영상이 나오길래, 이렇게 젊었었다고.. 새록새록하더라.

"이렇게 가슴 깊이 남는 영화는..."

"연애는 누구나 꿈꾸지만 쉽지 않다는 걸 알았고요"

"멋진 연애를 많이 해 보고 싶습니다."

진짜 츠네오가 된 듯 울먹이다가 멋쩍어 웃다가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츠마부키 사토시.

그 영상을 보는데, 물론 영화 속 츠네오의 생김새나 말투가 귀엽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젊은이를 본 기분.

(아마, 츠마부키 사토시가 츠네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때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겠지.)

그때 이 영화 정말 좋아해서 프사에도 올리고, 여러 번 보고 의미해석했던 기억이 난다.


츠마부키 사토시 영상을 보며, 내가 지나온 어떤 시절이나 순간을 스스로 온전히 아름다웠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봤다.

그때 그런 것들을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



딸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혹은 아기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어른은 자유로운 사람이거나 아기는 자신보다 더 보호받는다고 생각하니 그날 기분 따라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내뱉는 말인 듯하다.

어른들이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나를 보며

"얼마나 좋아" "참 좋을 때야"라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그때는 도대체 "뭐가 좋아"했고.

딸을 보며 "지금이 좋을 때야"라고 말해 주었다.

지나고 나니 알겠다.


아이들과 롯데월드에 놀러 가면 화장실에서 자주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짧고 몸매가 드러나는 교복 치마를 입고, 팩트를 두드리고 있는 거다. 삼삼오오 모여 그러고 있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순간 딸도 커서 저러고 있는 거 아냐? 어질어질했다.

아이들만의 문화와 흐름이 있으니 그것도 다 한때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은 한다. 그때는 그게 이쁠 테니깐.

요즘처럼 화장을 잘하지 않던 시절에 청소년용 팩트가 나왔고, 교복 치마를 줄이는 것이 유행이었다.

나도 그게 이뻐 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지나고 나니 보인다.

(화장 안 한 지금 이 뽀송한 얼굴이 얼마나 이쁜데, 그때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요즘은 과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허용해 줘도 된다는 분위기다. 성분 좋은 화장품을 같이 골라주고 클렌징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란다. 반대할수록 반항은 커지고, 아이와 멀어질 거라고.

하긴.


딸은 지금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언젠가는 지난 시절이 될 그때의 시간에 대해 무어라 이야기할까?


영화는 조제가 책을 읽으며 시작한다.

"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 알아요.


장애가 있던 조제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 준 츠네오와 사랑을 했고 이별을 했다. 츠네오의 사랑과 이별에 대해 조제에 대한 연민인가 사랑인가에 대한 말도 많았지만,

결국 둘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 조제 혹은 츠네오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슴 아프지만 보고 싶던 순간의 시절로 나를 데려가기도 한다는 점이 좋았다.

그땐, 이 영화가 왜 그리도 슬펐는지..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이별을 맞이한 조제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렇다고 말하듯.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라고,

(, 맞아요)

"저도 알아요"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모르고 지나갔던 삶의 순간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건 영원할 줄 알았던 그때는 사라졌기에, 인간은 영원하길 바라는 이야기를 한편에 남겨 두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가끔 꺼내 보나 보다. 나의 이야기는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이어지고 있다.




덧. 한때 좋아했던 영화의 남자 주인공을 보며 그때 느꼈던 감정과 찬란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순간을 그때는 왜 느끼지 못했을까요.. 아마도 어리고 성숙하지 못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겁니다. 그때의 나를 보았습니다.

매 순간 모든 것을 떠나보내며 살고 있지요.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이 됩니다.

그러니 가끔은 잘 있냐고 물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매일의 순간을 살아갑니다.

또, 오늘은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