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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 하나 벗어놓고

흔들리는 갈대가 아름답다. 23

by kacy

허물 하나 벗어놓고


간밤, 천둥 번개

한 시간도 넘게

밤하늘이 천 조각 만 조각


억수 같은 빗속에

천지가 다시 생기려나,


아침, 마당에 내려서니

오늘이 처서(處暑)라

사위가 상쾌한데,


마당 한 구석

뱀이 허물 하나 벗어 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간밤 천둥소리에

간담 서늘한 것이

나뿐이 아니었나.


어젯밤 그렇게 오랫동안 온 천지가 요란하게 천둥 번개 치는 것은

평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하늘이 노했다고 하면 웃을까요?

아침에 마당에 내려 둘러보니 한 구석에 뱀이 허물을 하나 벗어 놓았습니다.

이놈도 천둥소리에 놀라 도망가다가 허물이 벗겨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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