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助長)

밭고랑에 앉아서. 6

by kacy


조장(助長)


옛날 중국 송나라(여기서 송나라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있었던 나라 이름이다.)에 한 농부가 살았다. 그는 모가 빨리 자라지 않는다고 걱정하다가, 급기야 모의 싹을 잡아당겨 뽑아 주었다. 그리고서는 집에 돌아와서 ‘내가 모의 싹이 나오는 것을 도와주었소’ 하고 말하고는 피곤하다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상하게 여긴 아내가 논에 나가보니 싹이 모두 뽑혀서 시들시들 다 죽어있었다는 이야기다.


어느 책에는 아내가 아니고 아들이 나가 보았다는 데도 있지만 누가 나가 보았던들 다 죽어 있었음이 틀림없다. 이 이야기에서 조장(助長) 즉 ‘자라남을 도운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조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일을 하다 도리어 일을 망치게 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 놓고 싹이 나오지 않거나 잘 자라지 않으면 좀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 농부의 마음은 250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밭에 아침에도 나가보고 저녁에도 둘러보아 심어놓은 것이 별 진척이 없으면 차츰 더 조바심이 난다.

3월에 씨감자를 사다 심어 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싹이 나오지 않아서 살살 파보니 땅속에서 열심히 싹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감자의 경우는 대체로 심어놓고 3주 정도 지나야 싹이 올라오니 나처럼 조급한 사람은 이런 옛날 어리석은 송나라 사람이 되기도 한다.

고구마를 심어 놓고도 고구마가 얼마나 커졌는지 궁금해서 호미로 땅을 파보다가 뿌리만 다치게 만들어 나중에 줄기가 시들시들해지기도 한다.

늦은 가을에 심는 마늘은 종자를 심어 놓고 한참을 지나도 싹이 잘 나오지 않는다. 종자가 잘 못돼서 그런가 해서 파보면 하얀 뿌리가 얼마나 예쁘게 땅속에서 자라고 있는지, 마늘은 이렇게 뿌리가 먼저 충분히 나온 후에 뾰족한 싹이 쬐그맣게 올라온다. 그러니 영락없이 송나라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작물마다 파종하는 시기가 있는데 남보다 좀 일찍 심어 일찍 먹고 싶은 마음에 너무 빨리 심으면 작물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김장배추 경우도 8월 하순 경에 심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심으면 배추에 병도 많이 생기지만 온갖 벌레들이 달려들어 배춧닢이 남아나지 않아 아주 농사를 망칠 수 있다.

아무튼 농사일은 이렇게 기다려 주는 마음을 가지도록 우리를 훈련시킨다.


앞의 송나라 사람의 예는 맹자(孟子)가 제자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려면 마음을 도의(道義)의 성장에 맞추어 서서히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말에서 나온다고 한다.

성장에 맞게 키운다는 것이 요즈음 한국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말인지도 모른다.


요새는 아이들은 학원에 보내서 학교 진도보다 앞서 공부하게 하는 것이 일반화될 정도가 아닌가.

그러니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는 엎드려 잠만 자고 선생님은 이를 어찌하지도 못하는, 참 슬픈 현상이 우리 학교에 벌어지고 있다.

뭐 호연지기 까지는 아니라도 우리가 아이들을 기르면서 이런 ‘조장’은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 생각해 볼 일이다.

농부들이 씨를 뿌리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가진다면 결코 나쁜 결과를 가질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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