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윗' 이탈리아 [제8화]
이번 여행 내내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시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여기는 이탈리아이니까.
우선 아메리카노 커피를 파는 데를 찾기가 어렵다.
웬만한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실 수 없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어 묽게 한 것이 아메리카노 커피, 그건 미국 사람들이나 마시는 것쯤으로 알고 있는 나라가 이탈리아이다.
‘커피’ 하면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 하면 ‘스벅’인데 이태리에 스벅 커피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8년에 밀라노에 초대형 스벅 커피점이 상륙한 이후 지금은 로마에 여러 곳 매장이 있다고 하지만 빡세게 바삐 여행하는 여행객에겐 잘 눈에 띄지도 않고, 작정하고 찾아가지 않고서는 찾기가 어려웠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아메리카노를 찾아야겠는가.
에스프레소의 본 고장 이탈리아에 왔으니 아무 생각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커피’ 하면 에스프레소를 찾았다.
베네치아, 나폴리, 로마 등지에서도 유명한 에스프레소 카페를 어김없이 찾았다.
- 베네치아 Museo Correr Cafe
- 나폴리 Gran Caffe Gambrinus
- 로마 Sant’Eustachio Caffe
그중에서도 나는 나폴리 <그란 카페 감브리누스>의 에스프레소 맛을 잊을 수 없다.
주문대 앞에서 호기 있게 ‘카페 스트라파짜토(CAFFE STRAPPAZZATO)’를 시켜놓고 그 자리에 그대로선 채 커피 내리는 과정을 뚫어지게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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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따뜻하게 데워진 잔을 꺼내 현란한 동작으로 한 바뀌 돌려서 거기에 설탕을 한 스푼 넣고, 그런 뒤 수동 레버 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내서는 그 위에 카카오 가루를 뿌리고 티스푼으로 빠르게 스크램블하여, 최종적으로 티스푼으로 잔 둘레에 커피를 발라서 손님 앞에 내어놓는 현란한 모습이 어찌나 감탄스러운지 휴대폰 카메라에 동영상으로 담아 두었다.
장인의 능숙한 손놀림은 그 자체가 예술이고 구경거리였다
‘이래서 ‘감브리누스, 감부리누스’ 하는구나’
커피를 받아 들고 테이블을 잡고 앉아, 나는 내가 지금 나폴리에 있다는 것과 이태리 3대 커피점
의 하나이자 나폴리와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 지식인들, 엘리트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이 감브
리누스 카페에서 스트라파짜토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이 좀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작은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입안에 털어 넣고 오랫동안 그 진한 향을 즐겼다.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집에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 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려 먹는 걸 좋아한다.
잠도 깰 겸 밤새 늘어져 있던 몸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함인데, 집사람은 웬 아침부터 커피냐고
성화지만...
지금 우리나라에도 에스프레소 전문 카페가 많이 생긴 것으로 안다.
언젠가 종로를 지나다가 에스프레소 바가 눈에 띄어서 들어가 카페 스트라파짜토 한 잔을 시키고
서서 마시고 나온 적이 있다.
그곳 ‘크레마 위에 카카오가 뿌려진 나폴리식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벌써 나폴리가 그리워졌다.
나폴리 사람들이 사랑한 에스프레소
쓴맛 강해 고갤 절레절레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작은 한 잔에 녹은 진하고 깊은 맛
쓴맛은 여전해도 한 입에 툭툭 털어 넣고
잔 바닥에 녹지 않은 설탕 부스러기
입안에 굴리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던 길 되돌아 나간다
독毒 한 방울 입에 문 듯
커피 진한 향이 몸으로 퍼져나가면
요이땅!
다시 시작하는 하루
누가 뭐래도 기죽지 말고
진하게 살아야지
우리네 인생은 에스프레소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