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간병생활이, 병원 생활이 길어질수록 지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 병원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보호자들을 보면서 두려워지고 있었다.
퇴사를 했으나 다시 일을 하긴 해야 하는 사정이었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병원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그대로 타성이 젖어버릴까 봐, 다시는 사회로 복귀하지 못하고 7-10년을 병원 생활을 하며 지낸 그분들처럼 될까 봐..
그들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연세가 있으셨고 환자의 상태가 집으로 돌아가 돌볼 만큼의 상태는 아니었기에 그런 선택을 했겠지만 그 모습이 내 미래가 되기엔 난 아직 젊은 편인 것이다.
재활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가족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
모르겠다. 포기를 하는 게 뭔지, 포기가 가능한 건지..
10년을 말도 못 하고 누워만 지내는 가족을 돌보는 보호자의 마음은 얼마나 닳고 닳았을지 그 깊이는 감히 헤아리지도 못한다.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마음 역시 감히 내가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퇴사를 하고 다시 시작된 병원생활에서 두 번의 계절이 지나갔다. 그동안 수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끝내 내린 결론은 퇴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애초에 퇴사하는 시점에 언제까지 병원 생활을 하겠다는 구체적은 계획은 없었지만 이때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그쯤 엄마는 스스로 일어나진 못하지만 손을 잡아주면 조금은 걷는다. 물을 마실 땐 연하 보조제가 필요하고 고춧가루 음식은 먹지 못하지만 그래도 일반식을 먹을 줄 알았다. 어찌 됐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타인과의 공동생활도 끝내고 싶었고 불편하게 자는 것 역시 지긋지긋했다.
침대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좁고 불편한 침대.. 잠이라도 편히 자야 내가 엄마를 더 잘 돌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지금을 놓친다면 나 역시 병원 생활에 익숙해져 더 이상 사회로 복귀가 힘들 것 같았다.
7~8년씩 병원에서 생활하고 싶진 않았다. 집보다 병원을 더 편하게 느끼기 전에 나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엄마 발병 2년이 조금 안된 그 시점에 집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엄마 이제 집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