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병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엄마는 낮에는 소변을 대부분 가렸지만 밤에는 기저귀를 하고 있었는데 야간뇨 양이 엄청 많았다.
속기저귀와 겉기저귀를 넘어서 종종 새기도 했는데 그날도 소변이 새서 등 쪽으로 상의마저 젖었던 날이었다.
기저귀를 갈고 물을 떠 와 소변이 닿았던 곳들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러고 나서도 화장실을 두 번인가 다녀왔고 아침밥이 나와 밥을 먹이고 있었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자꾸 화장실을 가겠다는 엄마..
환자 침대 특성상 밥을 치워야 내려올 수가 있었다. 앞치마를 치우고 밥과 반찬 뚜껑을 닫아서 치우고 화장실을 가길 여러 차례..
나오지도 않는 소변을 억지로 쥐어 짜내듯 앉아있는 엄마를 보자니 버럭 화가 났다.
아침에 샌 소변 뒤처리를 하고 이미 화장실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한지라 지쳐있었다.
뭐라고 성질을 냈는지 모르겠다. 뭐라 뭐라 엄마한테 화를 냈는데 엄마는 그저 반응 없이 묵묵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 가시 돋친 말들은 결국 나에게 돌아와 나를 아프게 했다.
엄마도 당연히 듣고 있었을 것이다. 뭐라 반응이 없을 뿐 화도 내지 않고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쳐다보며 내 말들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이내 후회했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밥을 다 먹인 후 병원 밖에 있는 흡연구역으로 향했다. 그 길에 눈물이 났다. 뭐라 한 나 자신에게 화도 났고, 아무런 반박조차 하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듣고만 있는 엄마에게 미안해서 계속 눈물이 났다.
차라리 엄마가 폭력성이라도 있으면 내 나았을까.. 너무 순해서 아무런 요구조차 하지 않는 엄마기에 더욱 마음이 아렸고 아팠다.
벌써 지치면 안 된다. 다시 간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되뇌었다.
1년 넘게 재활을 했지만 스스로 할 줄 아는 것도, 할 의욕도, 할 생각마저 없는 엄마였기에 앞날이 무섭기도 했다.
재활하면 그래도 좋아지겠지.. 스스로 화장실 갈 정도까지만이라도, 옆에 놓인 물컵을 잡고 물을 먹을 수 있는 정도까지만이라도 좋아지길 바랐었다.
그 정도만 된다면 퇴원 후 집으로 가더라도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간단한 일상생활 동작이 너무 먼 곳에서 빛나는 별 같았다. 절대 손에 쥘 수 없는 별..
회사까지 퇴사했다. 나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런데 엄마의 호전은 너무 더뎠기에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다.
그런 생각들로 예민해지고 감정적으로 엄마에게 화를 내는 횟수가 잦아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