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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엄마를 위해 나를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by yeon

퇴사를 결심한 후 회사에 내용을 알렸고 한 달가량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그리고 집으로 엄마를 모실 경우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필요할 것 같아 함께 알아보고 있었다. 병원으로 내가 들어가게 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간병인을 고용했을 때 다 준비를 해둬야 했다.


인수인계를 하면서 내 결심이 맞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내 20년 가까운 경력의 단절, 소득이 없어져 겪게 될 어려움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잘못된 선택임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이 엄마를 놓지 못했다. 공동간병에 가서도 잘 지낼 수도 있겠지만 개인간병만큼은 안될 것을 알고 있다. 치료 중에 소변이 마려워도 말 못 해 참고만 있을 엄마를, 갈증 난다는 말을 하지 않아 중간중간 물을 먹여줘야 하는데 그것마저 제때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엄마를 돌보다 경제적 이유로 얼마 안 가 다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내가 힘들어서 도망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내 품에서 돌봐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랬다.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짓이었다. 그저 내 욕심뿐인 선택이었지만 그게 나의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나를 낳고 엄마가 엄마의 자유로웠던 생활을 포기했던 것처럼 이번엔 내 차례인 것뿐이라고 위안하기도 했다.


엄마가 쓰러졌을 때 살려만 달라고 다 감내할 테니 살려만 달라고 했으니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그때 느꼈던 처절한, 가슴 미여질 듯한 후회를 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엄마 영정사진 앞에서 단 1g의 후회라도 덜 수 있도록 최선을 대해야 했다.


10년을 몸 담았던 회사를 그렇게 허무하게 내 발로 나와야 했다. 친했던 동료들과 인사를 했다. 말리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기에 그저 응원해 달라고만 했다. 안쓰럽게 쳐다보는 눈빛들을 뒤로하고 그렇게 나는 퇴사를 했다.


퇴사 후 바로 요양보호사 수업이 시작하는 학원에 등록을 했다. 거의 한 달 반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기에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곳을 찾아야 했고 운 좋게 퇴사일 이후 쉬는 틈 없이 자격증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밀어뒀던 치과 치료까지 다 받았고 자격증 시험 보기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한동안 오지 못할 엄마집과 우리 집 청소를 했고 그렇게 다시 병원 생활 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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