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과 소통
#경청
경청할 때 소통은 시작된다. 관계의 출발이다. 듣기는 쉽다. 눈을 감아도 들린다. 거저먹기다. 그래서인지 듣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없다. 에너지 소모도 가장 적다.
#말하기
말하기는 준비가 필요하다. 인간관계의 필수역량이기도 하다. 뇌의 사고 중추가 활성화된 후에 입술을 움직여야 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우리는 설득, 협상, 주장을 잘해야 한다는 것은 교육받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간과한다. 대화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듣는 것은 어려운 행위가 됐고 자신의 주장을 앞다퉈 내세우는 말하기에 집중하는 인간이 되었다.
#쓰기
쓰기는 어렵다. 독서도 많이 해야 한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숙의’라는 시간의 품이 필수다.
‘인간관계론’의 저자 데일 카네기는 이런 말을 남겼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두 달을 보내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쓰면서 2년을 보냈을 때보다 더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될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고, 관심을 기울이면 더욱 흥미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 소통의 근본이다. 말하고 쓰려면 듣기가 기본인데 타인의 말을 듣는 것은 가장 어려운 행동이 되었다.
듣기의 종착지는 맥락 속에 담긴 기대나 요청, 요구 등을 따르는 것이다. 행동이 수반 돼야 한다. 타자에 대한 약속이자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경로의존성이 강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확증 편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듣기가 가장 어렵다. 조직 발전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꼰대‘라는 단어가 이를 대변한다. 혁신의 걸림돌이다.
#희망
잘못된 앎은 무지의 장벽이다. 진정한 듣기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소통하고 싶다면 귀를 열고 듣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길이 없고, 난관에 부딪치고, 장벽이 높을수록 듣는 소양을 키워야 한다.
소설가 김훈은 “살아있는 인간의 몸속에서 희망을 확인하는 일은 그야말로 희망”이라며 몸과 정신의 관계를 통찰한다. 말하기와 쓰기의 전제 조건이 듣기인 이유다.
#비판적 질문의 가치
역사는 성찰을 통해 성숙을 낳는다. 듣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한쪽 의견을 맹종하면 잘못된 삶의 철학에 지배를 받게 된다.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고 비판적 질문으로 성찰해야 한다.
12. 3 내란 사태는 편향된 듣기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줬다. 과거는 현재를 구할 수 있다.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역사가 반복된다는 격언은 행동하지 않은 자들의 변명이다.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올바른 해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만이 새로운 역사의 발전을 추동할 수 있다. 오래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