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소금 뿌려라

행복한 또라이

by 보라

매장에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여기, 짐 좀 차에 실어줘요.”

“네?”

“여기 직원 아니에요?”

“직원은 맞는데, 짐을 실어달라고 하셨나요?”


나는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물었다.


“네, 저기 주차장에 있는 차에 이거 좀 실어줘요. 여기 차 키 줄 테니 트렁크에 실으면 돼요. 차 번호는 OOOO이에요.”


처음 듣는 요구에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너무나 당연하게 차 키를 내미는 중년 여성은 50대 중반 정도의 건강한 분이었다. 딱 봐도 비싼 옷과 액세서리를 하고 본인은 명품 가방 하나만 들고 볼일을 보고 오겠단다.


“고객님, 물건은 직접 차에 실으셔야 해요. 저희 마트에 짐 실어드리는 서비스는 없습니다.”

“뭐? 다른 마트는 다 해주던데 여긴 왜 안 해줘요?”

“고객님, 이O트, 홈O러스도 카트에 있는 짐을 차에 실어드리진 않아요.”

“여기가 이O트야? 거긴 친절하던데 여긴 작아서 그런가 영 별로야. 고객이 하라면 해야지, 뭔 말이 많아!”


처음엔 존댓말을 하더니 이젠 반말로 소리를 지르며 본성을 드러낸다. 아무리 비싼 옷과 명품으로 휘감아도 본성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내가 변함없이 미소를 띠며 본인 일은 직접 하는 거라고 했더니


"여기 서비스가 형편없네. 차까지 얼마나 된다고 그걸 못 들어줘?"

"그러니까요. 차까지 거리가 얼마 안 되니 직접 하시면 됩니다."

"내가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파서 그러는 건데 고객을 이렇게 무시하면 안 되지."

"고객님, 건강해 보이시는데 장애가 있으셨나 봐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으로 가면 되나요?"

“이것 봐라, 멀쩡한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들어! 내가 다시 여기 오나 봐라. 내가 또 오면 장을 지진다.”

“네, 안녕히 가세요.”


끝까지 웃으며 인사하는 날 보고 입구에서 침을 탁 뱉으며 나간다.

난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그래, 다시는 오지 마라. 약속은 지키는 거다’라고 맞받아주었다. 그리고 뿌리는 소독제를 가지고 와서 입구에 보라는 듯 여러 번 뿌렸다.


✔ 경차 탄다고 마음까지 작겠냐


퇴근하는 길. 흰둥이(내 차의 애칭)를 타고 경쾌하게 바닷길을 달린다.

경차이기에 경쾌하게 달릴 수밖에 없다. 모든 도로의 굴곡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승차감이 이 차의 유일한 단점이다. 오르막을 오를 때면 다른 차에게 길을 양보하며 겸손하게 2차선으로 달린다. 아무리 밟아도 엔진소리만 요란할 뿐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속도는 나에게 양보의 미덕을 알려준다. 오르막이 없는 국도도 있지만 일부러 해안도로로 출퇴근을 하며 동해 바다의 시원함을 느낀다. 바다를 보며 달리는데 뒤에서 나는 경적 소리가 날카롭다.


“빵, 빠~~~~~앙, 빵, 빵~~~”


비키라는 소리인 것 같다. 급한 일이 있나 보다. 차선이 하나라서 한쪽으로 바짝 붙여 달리며 추월하라는 깜빡이를 켰다.


“야, 집에서 밥이나 하지, 그것도 차라고 몰고 다니냐!”


지나치던 벤츠가 창문을 열고 소리친다. 오늘 하루는 진상을 상대하는 날인가 보다. 어쩔 수 없다. 그러면 상대해 줘야지. 늘 다니는 길이라 이 길의 특성을 잘 아는 나는 앞서달려 가는 벤츠를 쫓아갔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추월하며 소리쳤다.


“야! 그것도 벤츠라고 타고 다니냐. S도 아니고 A클래스는 줘도 안 탄다.”

(순수한 마음으로 A클래스를 타시는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말은 저 진상에게 한정됨을 알려드립니다.)


황당한 표정의 벤츠 운전자를 뒤로 하고 다시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내가 돈이 없어서 좋은 차를 못 타는 것이지 몰라서 못 타는 게 아니다. 어설프게 조금 가진 것들이 자기보다 못 가진 자를 업신여기는 법, 진짜 많이 가진 자는 못 가진 자를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많이 가진 게 티가 나니까.

하여간 어설픈 것들이 언제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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